내용요약 최근 5년간 건설현장 산재 2만건·사망 210명…중대재해법 무색
정부, 영업이익 최대 5% 과징금…기업 안전투자 압박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 연합뉴스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건설 현장의 산업재해가 줄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대형 건설사에서의 사망사고는 되레 이어지고 있으며, 산재 발생 건수는 최근 5년간 급증했다. 사고의 상당수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위험의 외주화’ 현실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경남 김해갑)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6월) 민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 2만94건으로 하루 평균 13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210명, 부상자는 1만9884명에 달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1년 2890건(사망 45명) ▲2022년 3633건(사망 55명) ▲2023년 4862건(사망 37명) ▲2024년 5863건(사망 40명) ▲2025년 상반기 2846건(사망 33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과 비교하면 2024년 산재 건수는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상반기 발생 건수만으로 이미 2021년 한 해 전체 건수에 육박해 현장 안전 관리의 체감도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다.

산재 발생 상위 10대 건설사를 보면 대우건설이 25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대건설 1875건 ▲GS건설 1705건 ▲한화 건설부문 1574건 ▲롯데건설 1372건 ▲삼성물산 1270건 ▲SK에코플랜트 1221건 ▲포스코이앤씨 1158건 ▲현대엔지니어링 1064건 ▲DL이앤씨 935건 순이었다.

민홍철 의원은 “여전히 건설현장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며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 방법을 마련하고, 예방 중심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망사고 역시 심각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북구 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총 113명에 달했다. 올해에만 이미 16명이 숨을 거뒀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에도 사망자 수는 감소하지 않았다.

건설사별로 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사망자 수는 대우건설이 2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현대건설 19명 ▲HDC현대산업개발 18명 ▲현대엔지니어링 14명 ▲포스코이앤씨 1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정 의원은 “10대 건설사 모두 최근 6년 내 3인 이상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사망사고의 상당수가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발주사와 원청은 공사 일정과 비용을 우선시하고, 위험한 작업을 협력업체가 맡게 되면서 현장 안전망이 취약해지는 구조다. 업계 안팎에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비판이 반복되는 배경이다.

최근 정부도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올해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기업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실제 올해 이미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2143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최대 107억원의 과징금에 직면할 수 있다. 올해 4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연말까지 흑자 전환이 어렵다면 법상 최소 과징금인 30억원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악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산재 사망자 비율(사고사망만인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일본(0.12명), 독일(0.11명), 영국(0.03명)을 크게 웃돈다.

정준호 의원은 “산업 안전 투자를 비용이 아닌 국가와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안전사고가 줄지 않는 것은 현장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다”며 “기업별 안전 투자 확대와 더불어 발주처의 책임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