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온실가스·에너지 배출 원단위 상위…저탄소 전환 ‘밑그림’ 미흡
해운업 특성상 대량 연료소모 불가피…IMO 규제·친환경 전환 대응 필요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의 생산활동 과정에서 대량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결국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온실가스는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공장 가동 능력, 매출 규모에 따라 배출량이 그에 상응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계가 2050년 '넷제로(NET-ZERO)'라는 공통 목표 아래 탄소 감축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기업마다 자체 활동보고서를 통해 관련 경영 목표와 세부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산업계의 탄소 감축 청사진이 실현 가능성보다 정부 정책에 편승해 '보여주기식 계획'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상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곳이 있고 비교적 덜 배출한 곳도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현재 기업의 환경개선 실천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ESG행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시총 100대 환경정보'를 토대로 매출액 증가 상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사용량을 점검해봤다. 특히 탄소배출권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로 향후 기업들의 실질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위한 기업들의 대응 상황도 함께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 HMM 제공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 HMM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해운업 ‘빅플레이어’ HMM이 ESG 기조 확산 속에서도 탄소 감축 경영에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지만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량 역시 모두 증가했다. 특히 ‘배출 원단위(단위 매출당 배출량)’ 지표에서 HMM은 시총 100대 기업 중 최상위권으로 여전히 비효율적 탄소경영 구조에 갇혀 있다는 평가다.

산업구조 특성상 고탄소 기반인 한계는 존재하지만 해운업 전반에 걸쳐 국제해사기구(IMO) 탄소규제 강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HMM 대응전략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집계한 ‘시총 100대 기업 환경정보’에 따르면 HMM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11조5134억원으로 전년(8조2304억원) 대비 3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547만톤에서 601만톤으로 53만톤가량(9.8%p) 늘었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2069만MWh에서 2276만MWh로 10.0% 증가했다. 

또한 2024년 기준 HMM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는 매출 1억원당 52.21톤(tCO2eq)으로 분석 대상 100대 기업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에너지 사용 원단위는 석유환산톤(TOE)/1억원 기준 대한항공, GS에 이어 전체 3위에 해당한다.

이는 정유·화학·중공업 등 고탄소 산업군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보다 높고 사실상 산업계 최상위권 탄소집약도를 의미한다. HMM보다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가 높은 기업은 포스코홀딩스와 대한항공뿐이다. 에너지 사용 효율 면에서도 에쓰오일,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 업종 못지않은 수준이다.

HMM은 사실상 매출 1억원을 올리기 위해 8000TOE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고 50톤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구조다. 이는 산업의 물리적 한계도 있지만 기술 투자와 전환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글로벌 해운업계는 친환경 전환 경쟁에 한창이다. 글로벌 대형 해운사 머스크(Maersk)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20척 이상 발주하는 한편 싱가포르·로테르담 등 주요 항만에 메탄올 벙커링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또 MSC·CMA·CGM 등도 암모니아 및 수소 기반 선박 전환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이미지 제고가 아닌 실제 운임·기항 기회·금융 조달 면에서 가시적인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IMO는 2023년부터 탄소집약도(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 등급을 의무화해 매년 선박별 탄소효율을 평가·공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서 E등급을 두 차례 받는 선박은 운항 제한을 받으며 구조적 개선을 하지 않을 경우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다. 효율 개선이 없는 해운사는 향후 시장 접근성과 사업 지속성 모두에서 위험을 안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HMM은 선대 교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집약도를 2008년 대비 전체 선대는 50%, 컨테이너 선대는 7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 HMM은 2024년 기준 전체 선대 온실가스 집약도를 2008년 대비 54.4%, 컨테이너 선대는 68.4%까지 낮췄다. 대형 신조선 투입과 운항 최적화 등을 통해 조기 감축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산신항에 정박 중인 HMM 플래티넘호./ HMM 제공
부산신항에 정박 중인 HMM 플래티넘호./ HMM 제공

업계에서는 해운사 친환경 선박 기조 대응 여부에 따른 투자자 및 규제기관의 평가가 갈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온실가스 직접·간접 배출(Scope 1·2) 감축 계획이 없는 해운기업에 대해 ESG 등급 하향 조정, 투자 포트폴리오 제외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CBAM) 확대 적용 가능성이 논의되며 해운사 역시 간접 배출 책임을 질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전환과 연료 다변화, 운항 최적화 등 다각적 대응 없이는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국내 대형 선사로서 HMM의 탈탄소 리더십이 시장 전체의 전환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MM은 2022년 ESG 경영 체계 강화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등을 통한 정보공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ESG행복경제연구소 환경지표에 드러난 수치는 아직 후발주자 수준이란 평가다. 항로는 늘었지만 탈탄소를 향한 항해는 아직 시작 단계인 셈이다.

단순 비교에서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HMM은 2024년 기준 배출 원단위(tCO₂eq/1억원당)가 52.2로 전년 66.5에서 21.5% 개선됐다. 이는 온실가스 총배출량 증가 비율보다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절대 배출량은 여전히 600만톤을 웃돌며 산업 내 주요 고탄소 배출 사업자군에 해당한다.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 HMM 2024년 총 에너지 사용량은 2276만MWh로 2023년(2069만MWh)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다만 매출 증가 폭이 커지며 에너지 사용 원단위는 일정 부분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TOE 환산 결과 HMM 사용 원단위는 여전히 시총 100대 기업 중 3위를 기록, 개선 흐름이 제한적이었다.

고탄소 구조를 지닌 해운업 특성상 HMM이 단기 효율 개선을 꾀하기는 어렵다. 지속가능 성장 관점에서 ESG 성과를 입증하려면 절대배출량 감축 전략, 청정연료 기반 선박 확대, 공급망 내 간접 배출(Scope 3)에 대한 정량 목표 제시 등 구체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단순한 원단위 수치 개선에 머무르지 않는 절대적 총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본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은 “향후에도 지속가능성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위험과 기회를 분석해 내부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분야를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위상에 맞는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국내외 조직 전반에 ESG 경영이 내재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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