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이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국제 규정 위반과 한국배구연맹(KOVO)의 미숙한 행정 처리 속에 치러진 대회였던 만큼, 대한항공의 값진 성과가 무게감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5-21 25-23 25-16)으로 제압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2022년 순천 대회 이후 3년 만의 정상 복귀다. 이번 우승으로 대한항공은 통산 6번째 정상에 오르며 현대캐피탈(5회)을 제치고 컵대회 최다 우승팀으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은 결승전에서 공격과 수비, 블로킹까지 전 포지션에서 균형 잡힌 힘을 보여줬다. 새롭게 선임된 브라질 출신 헤난 달 조토(65) 감독 체제에서 맞이한 첫 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거두며 다음 달 개막할 V리그 정규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개인 수상 부문에서는 세터 한선수(40)가 기자단 투표에서 34표 중 16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김준호(23)는 라이징스타로 뽑히며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았고, OK저축은행의 전광인(34)은 팀 내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쳐 준우승팀 수훈 선수(MIP)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우승만큼 대회를 뒤덮은 이슈는 배구연맹의 잇따른 행정 실패였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세계선수권 기간 중 자국 리그 및 컵대회를 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배구연맹은 이를 무시한 채 일정을 강행했다. 그로 인해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세계선수권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은 대회 출전이 전면 금지됐다. 초청팀 나콘라차시마(태국)는 불참했고,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선수 구성 문제로 중도 하차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는 단 6개 팀만이 참가하는 축소 운영으로 치러졌다.
대회 운영 과정도 혼란 그 자체였다. 연맹은 14일 오전 0시 개막 하루 만에 돌연 대회 전면 취소를 발표했다가 9시간 만에 ‘조건부 승인’을 근거로 재개를 선언하며 입장을 번복했다. 연맹은 뒤늦게 신무철 사무총장을 필리핀 현지로 급파해 FIVB 집행부와 직접 협의를 시도했지만,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15일 오전 현대캐피탈이 불참을 공식화하면서 대회는 사실상 반쪽짜리 이벤트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연맹은 대회를 단순한 ‘이벤트’로 치부하며 규정 위반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대한항공은 새 감독 부임 후 전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지만, 연맹의 잇따른 행정 착오와 파행 운영 탓에 우승의 의미는 크게 퇴색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