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일자리 총량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증기기관·전기·인터넷 등 과거 기술혁명마다 초기의 혼란과 불안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성장을 견인했던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란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보고서에서 “AI는 인간 근로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을 발전시키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헤더 버거 이코노미스트는 “AI는 기존 역할 일부를 자동화하겠지만 동시에 인간 역량을 증강하고 완전히 새로운 직무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며 “역사적 경험상 기술 변화는 일자리를 줄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고 AI 책임자 같은 신설 임원직과 데이터 거버넌스·AI 규제 준수·보안 등 관련 직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모건스탠리는 다만 전체 직무의 90%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며, 전례 없는 수준의 직무 재교육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도 비슷한 시각을 제시했다. JP모건은 “증기기관과 전기, 메인프레임 컴퓨터 등 혁신이 대량 실업을 부른 적은 없었다”며 “AI 역시 생산비 절감과 수요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챗봇 ‘클로드’ 사용자 문의 중 60%가 자동화가 아닌 직무 강화와 관련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JP모건은 “전체 직무의 2.5%만이 자동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인간은 상식, 감성지능, 책임 의식 등 대체 불가능한 비교우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노동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AI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러나 낙관론에만 기대긴 어렵다.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향후 5년 안에 신입 사무직 일자리 절반이 사라지고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월마트 등 글로벌 대기업의 실제 감원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AI가 30세 이하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전멸시킬 수 있다”며 2028년 대선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우려는 비슷하다. 신입 채용이 줄고 개발자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청년층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한화, HD현대 등 주요 그룹들이 신규 고용 계획을 대폭 확대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명, 현대차는 내년 1만명, 포스코는 5년간 1만5000명 , SK는 올해 8000명, LG는 3년간 1만명을 새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한화, HD현대, GS, 카카오 등도 대규모 채용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며 고용 불안 완화에 나서고 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