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포츠 중계권 확보로 구독자 유치·방어 ‘총력전’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 지명을 받은 선수들./연합뉴스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 지명을 받은 선수들./연합뉴스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놓은 스포츠 전략이 이번 가을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가을은 국내외 프로스포츠에서 성수기이자 최대 승부처다. '가을야구'라는 별칭을 가진 한국프로야구(KBO)의 정규시즌(~9월 30일) 막판과 포스트시즌(10월 2일~10월 28일)이 집중돼 있고, 한국프로농구(KBL)는 10월 3일 정규시즌 개막을 한다. 국외로는 MLB 포스트시즌(9월 30일~), NBA 정규시즌(10월 21일~) 개막과 유럽축구리그의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진행된다.

스포츠 시청 수요가 폭발하는 가을 대목을 앞두고 OTT 업계 경쟁도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 OTT 3사인 티빙·쿠팡플레이·스포티비는 잇따라 스포츠 팬심을 겨냥한 홍보를 이어가면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KBO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한 티빙은 가을야구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티빙은 17일부터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 신예 선수들의 프로 무대 데뷔전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실시간 생중계를 시작했다. 가을야구가 시작되는 지금이 시청자 유입과 구독자 확대에 가장 큰 기회다. 단순 생중계 외에도 오리지널 콘텐츠 '팬덤중계'와 '티빙 슈퍼매치', 멀티뷰·타임머신 기능, 실시간 기록 분석 등 다양한 기능으로 2차 가공 콘텐츠까지 제공한다. KBO 뿐 아니라 KBL 정규리그, UFC, 테니스 등 4개 메이저 대회 스포츠 라인업을 갖춘 만큼, 20~22일 세계 남자테니스 대항전인  '2025 레이버컵' 생중계와 20일부터 LG전자 프로농구 전 경기를 단독 생중계도 이어간다.

쿠팡플은 축구 중계권이 장점이다. 유료 패스인 '스포츠패스'를 통해 프리미어리그(PL), 라리가, 분데스리가, 리그1 등 유럽 축구 리그와 자동차 경기 F1 독점 생중계로 제공하면서 축구 팬과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유입을 이끌었다. 손흥민이 미국 로스엔젤레스FC(LAFC)로 이적하면서 올해 획득한 PL 중계권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경기 단독 생중계 소식과 LAFC 생중계 획득 소식을 전하면서 손흥민 팬층을 다시 잡았다. 티빙과 마찬가지로 스포츠 중계권과 이어지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18일 가레스 베일이 멘토로 참여하는 축구 서바이벌 예능 ‘넥스트 레전드’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전했고 축구팬들의 팬심을 끌어올릴 '금주의 쿠플레이어'와 '쿠플쇼'도 방영 중이다. 중계권을 가진 미국 프로풋볼(NFL)도 가을이 성수기인데, 한국 시청층이 높지 않아 국내 구독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OTT들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나서자 국내 최대 스포츠 OTT 스포티비 나우도 견제의 첫발을 뗐다. 10일 해외 축구 팬을 겨냥한 ‘챔스팸스’를 출시한 것. 이 패스는 월 9900원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4개 대회인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컨퍼런스리그, 슈퍼컵을 시청할 수 있다. 유럽축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니만큼 시청자 유입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 역시 쿠팡플과 마찬가지로 손흥민이 소속된 LAFC 경기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 원조 스포츠 OTT로서의 입지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티비
스포티비

국내 OTT 3사가 스포츠 중계 확대에 나선 이유는 스포츠가 신규 가입자 유치와 기존 구독자 방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칸타(Kantar)의 세계패널 엔터테인먼트 온디맨드(EoD)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OTT 가구 보급률은 1% 미만 성장한 96%로 약 1억2500만 가구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스포츠가 신규 구독을 가장 크게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한 시즌만 보고 구독을 해지하기 쉬운 드라마와 달리 스포츠는 리그 단위로 경기가 이어져 구독자 유지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확실히 스포츠 중계권을 OTT가 확보하기 시작하며 각사는 일시적으로 가입자 수 증가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 1월 한국야구위원회와 KBO 독점 중계 계약을 체결한 티빙은 같은해 3월 KBO리그가 공식 개막하자 MAU가 2월 661만명에서 3월 691만명으로 한달 만에 30만명이나 늘었다. 시즌이 이어지면서 이용자는 계속 올라 10월 토종 OTT 최초로 'MAU 800만명' 시대를 열어젖혔다(2024년 10월 810만명).

쿠팡플 역시 스포츠 콘텐츠 집중 투자를 통해 남성 사용자 비율을 가장 높일 수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발간한 트렌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히며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 투자한 영향"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모회사 쿠팡 역시 아픈 손가락이던 50대 남성 고객층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뒀다.

스포티비는 기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중계 경기 수, 축적된 방송 데이터를 재가공할 수 있는 역량이 당분간 스포티비의 경쟁력을 지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거대 OTT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중계권 단가가 급등해 장기적으로는 치킨 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대 OTT들이 막대한 자본으로 중계권을 확보하면 시장 구조가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보편적 시청권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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