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미국이 이른바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의 신청 수수료를 현행의 100배 수준인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기조와 맞물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외국 전문 인력 유입을 사실상 억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 H-1B 비자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포고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H-1B 비자는 매년 8만5천명에게 추첨 방식으로 발급되며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고 연장과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 인도와 중국 출신의 고학력 인력이 대거 이 제도를 통해 미국으로 진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H-1B 제도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외국 인력에 저임금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백악관 내부 문건도 “H-1B 남용이 미국인들이 STEM 분야에서 경력을 쌓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부에 통상임금 기준을 새로 규정하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특히 비자가 추첨제로 운영되다 보니 인력 파견업체들이 대량 신청해 비자를 쓸어가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현재 약 1000달러 수준인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로 인상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는 사실상 기업들의 대량 신청을 차단하는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미 이민국(USCIS)의 조셉 에들로 국장은 지난 7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H-1B 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수수료 인상 방안은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법안에 포함된 각종 수수료 인상 조치와 궤를 같이한다.

블룸버그는 “신규 구금시설 건립, 이민 단속 요원 충원, 국경 장벽 건설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민정책 재원의 성격이 짙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이 필수 인력 확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도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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