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 2025' 금양 부스./ 연합뉴스 제공
'인터배터리 2025' 금양 부스./ 연합뉴스 제공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한때 시가총액 9조원을 넘보며 ‘이차전지 테마주’로 주목받았던 금양이 4천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 일정을 세 번째로 미루면서 시장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기업 정상화를 위한 핵심 자금 조달 계획이 번번이 어긋나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의구심으로 바뀌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양은 당초 지난 17일 납입 예정이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일정을 내달 17일로 다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금양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와 보통주 1천300만 주, 상환우선주 1천400만 주 발행을 약정하며 총 4천5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2천500억원은 이차전지 공장 준공에, 1천550억원은 설비 투자에 투입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자금 납입은 번번이 미뤄졌다. 당초 지난달 2일에서 3일로, 이어 17일로 연기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일정 변경이다. 금양은 공시를 통해 “투자사 측이 반드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며 “송금 지연으로 납입이 늦어지고 있으나 투자금 입금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 스스로도 “연기 공시를 또 하게 되어 송구하다”고 언급하면서 불신은 더 커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단순 송금 문제로 세 차례나 납입이 지연된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자본이 한국 기업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길어질 수는 있지만, 세 차례나 연기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업 존속 능력에 대한 근본적 불안이 시장에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양은 이미 신뢰 훼손 전력이 있다. 지난해 9월 4천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올해 1월 계획을 철회하면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금양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1년간 개선기간을 부여했지만, 올해 반기 검토에서도 감사의견 거절을 피하지 못했다.

금양의 재무 여건은 악화 일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6천260억원 많아 단기 채무 상환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상증자마저 불발되거나 또다시 미뤄질 경우, 금양의 상장 유지와 기업 생존 자체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시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