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제품 전략보완·ESG 경영 강화 행보…석화업 구조조정 속 전망 엇갈려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금호석유화학이 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하며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행보에 나섰다. 경기 둔화와 시황 악화로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보수적 현금 운용 기조 속에서 실질적 주당 가치 향상을 꾀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2025년 3월 17일부터 9월 16일까지 취득한 보통주 42만7845주를 오는 9월 26일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소각은 취득 신탁 기간 만료로 회사에 귀속된 자사주에 대해 상법 제343조 제1항에 따라 자본금 감소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전체 발행주식(2948만3100주) 대비 약 1.45%, 보통주 기준으로는 약 1.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각 대상 주식 총 취득금액은 499억9975만원으로 주당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산정됐다. 회사는 해당 자사주를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소각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7명을 포함한 전원이 참석해 의결됐으며 절차적 정합성에도 문제가 없다.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유통주식 수 축소를 통한 주당순이익(EPS) 개선과 주가 안정화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해석하며 금호석유화학이 향후에도 현금흐름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 추가 매입·소각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8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은 소폭 감소했으나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합성고무(NBR, SBR 등)와 페놀유도체 계열 중심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고정비 부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동안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설비투자(CAPEX) 최소화 등 보수적 재무 기조를 유지해 왔다. 순차입금도 2024년 말 대비 감소세를 보이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유가 및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큰 화학업종 특성상 잉여현금 흐름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번 자사주 소각은 단기 유동성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보여주기식 이벤트’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유상증자나 대규모 차입 없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이른바 ‘소각 후 공급 축소’ 전략을 단행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유동성 축소로 인한 단기 주가 변동성, 또는 화학 시황 악화 시 자사주 매입 여력 축소 가능성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합성수지 부문 고부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위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탄소배출 저감 설비 투자 등도 병행 중이다. 자회사인 금호폴리켐도 에틸렌-프로필렌-디엔 모노머 고무(EPDM) 수요 확장에 맞춰 해외 수출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이며 원료 조달 효율화 및 고부가 제품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회사는 향후에도 사업 구조조정과 자산 효율화,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한다는 복안이다.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자사주 소각 결정 발표 이후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의 이번 결정이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정비 부담이 큰 화학 산업 특성상 일정한 현금흐름 확보가 중요한데, 이번 자사주 소각은 현금창출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행보”라며 “단기적으로는 EPS 개선이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겠지만 실질적 주가 상승을 견인을 위해선 중장기 사업 전략과 실적 회복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