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혜택 캐시백 등 재무적 혜택서 생활밀착형으로 진화 중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카드업계의 서비스 혜택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무이자할부·포인트 적립·항공 마일리지 혜택이 주를 이루던 것에서 벗어나 지금은 넷플릭스·티빙 같은 OTT 구독권, 배달앱·쇼핑 멤버십, 데이터 요금제 연계 서비스 등이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금전적 이득에서 생활 밀착형 구독 서비스로의 전환으로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와 맞물려 업계 전반의 전략 지형을 바꾸고 있다.
22일 롯데멤버스·리서치 플랫폼 라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89.4%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으며 1인당 평균 구독 서비스 수는 4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구독 서비스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계층의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 걸쳐 일상화된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독 서비스가 카드 혜택으로 편입되는 것은 단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와 글로벌 조사기업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구독 서비스는 동영상 스트리밍(60.8%)·온라인 쇼핑 멤버십(52.4%)·인터넷 및 TV 결합상품(45.8%) 순이었다.
이에 OTT와 전자상거래가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만큼, 카드사가 이 영역을 공략하는 것은 필연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자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구독 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해 대비 12.9% 증가했으며 이용 금액은 17.1% 늘었다. 특히 생성형 AI 기반 구독 서비스 이용 건수는 무려 299%나 폭증했다.
소비자들의 체감 기준 역시 바뀌었다. 과거엔 일정 금액의 캐시백이나 마일리지 적립처럼 눈에 보이는 재무적 혜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당장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 예컨대 배달앱 5000원 할인권이나 넷플릭스 한 달 무료 구독은 포인트 적립보다 체감도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카드사들의 전략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넷플릭스·티빙 구독권과 배달앱 할인 쿠폰을 묶어 제공하는 구독 번들링 패키지를 내놨다. 현대카드는 모빌리티·콘텐츠 구독 혜택을 결합한 상품을 앞세워 젊은 층을 공략 중이다. KB국민카드는 데이터 요금제 연계 혜택을, 삼성카드는 해외 직구 관련 구독 혜택을 강화하는 등 각 카드사마다 생활 패턴에 맞춘 차별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혜택의 변화가 반드시 소비자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사용 중인 OTT 구독권이 카드 혜택으로 제공된다면 중복됨에 따라 체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통신사 요금제와 맞지 않는 데이터 연계 혜택 역시 활용도가 낮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구독 혜택이 단순히 '갯수 채우기'가 아니라, 소비자의 실제 생활 패턴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KB국민카드 내부 분석에 따르면, 구독형 혜택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의 월평균 사용액은 일반 카드 대비 10~15%가 높았다. 결국 '실제로 쓰이는 혜택'이 소비자의 지갑을 더 열게 만드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선 카드 혜택은 이미 현금성에서 구독형으로 진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다만 구독 혜택이 소비자의 생활과 얼마나 밀착돼 있는지와 실제 사용률이 얼마나 되는지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구독 혜택은 소비자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혜택의 양이 아니라 질이 카드사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