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공급 과정의 전기·열 사용 감축이 '탄소중립' 관건
| 한스경제=이성철 기자 |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의 생산활동 과정에서 대량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결국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온실가스는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공장 가동 능력, 매출 규모에 따라 배출량이 그에 상응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계가 2050년 '넷제로(NET-ZERO)'라는 공통 목표 아래 탄소 감축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기업마다 자체 활동보고서를 통해 관련 경영 목표와 세부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산업계의 탄소 감축 청사진이 실현 가능성보다 정부 정책에 편승해 '보여주기식 계획'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상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곳이 있고 비교적 덜 배출한 곳도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현재 기업의 환경개선 실천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ESG행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시총 100대 환경정보'를 토대로 매출액 증가 상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사용량을 점검해봤다.
특히 탄소배출권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로 향후 기업들의 실질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위한 기업들의 대응 상황도 함께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의 탈탄소화 움직임 속에 일부 기업은 재생에너지 도입과 공급망 감축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반면 여전히 다수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배터리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이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 원재료 공급망에서 발생한다.
결국 원재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전력 소비에 기인하기 때문에 배터리 제품의 친환경성 향상을 위해선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전환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한스경제가 ESG행복경제연구소가 내놓은 '2025년 시총 100대 기업 환경정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용 배터리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 간판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은 지난 2023년 12조2884억원에서 지난해 7조9266억원으로 대폭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북미 지역 판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럽 시장 역성장,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 신규 공장 초기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이 실적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여파에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가 심화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국내외 생산시설 평균 가동률이 4년 연속 하락한 것도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40만8140톤으로 2023년 37만6454톤보다 8.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매출 1억원당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나눈 집약도로 환산하면 2023년 3.06tCO₂eq에서 지난해 5.15tCO₂eq으로 크게 늘어나 매출이 줄었음에도 결국 온실가스 배출은 이전보다 상당 규모로 늘어난 불균형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사용량의 경우 2023년 17만8809톤에서 지난해 21만1238톤으로 무려 18% 증가하면서 이 역시 매출 1억원당 기준으로 환산시 1.46TOE에서 2.66TOE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시한 2024년 ESG보고서를 살펴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22년 35만8473톤에서 2023년 37만6454톤, 지난해 40만8140톤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사업장 내 에너지 사용량을 보면 전력의 경우 2022년 5952톤에서 2023년 6223톤, 지난해 6988톤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고 LNG(액화천연가스)는 2022년 1074톤에서 2023년 931톤으로 다소 줄었으나 지난해 1439톤으로 다시 큰폭으로 상승했다.
상당한 규모의 전기와 가스 공급이 필수인 업종 특성상 직접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을 포함한 국내 대기오염물질 총 배출량은 2022년 4만2495kg에서 2023년 3만8779kg, 지난해 3만2968kg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며 일정 부분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탄소발생을 줄이고 친환경 연료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놓여있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올해까지 전 세계 생산시설의 RE100 전환을 완료한 뒤 2030년까지 비생산시설도 RE100 달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40년까지 전기 및 연료, 가스 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의 제로화를 달성한다는 방침도 수립하고 지속적인 공개했다.
또 2050년 원재료(광산)부터 배터리 생산까지 이르는 모든 밸류체인의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재료 생산부터 소비, 폐기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하는 자원 선순환 체계(Closed-Loop)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라이프 사이클에 기반해 회수된 배터리를 재사용하고 배터리를 분해해 리튬과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8년 폴란드 법인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전사적으로 적용될 EU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에 따라 탄소중립 전략,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이에 글로벌 기후공시 규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전사 연결기준으로 ISO 14064-1 및 GHG Protocol(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기준) 기반의 온실가스 산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제3자 검증을 통해 에너지 및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의 신뢰성과 품질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탄소중립 전략과 감축 목표는 매년 주기적으로 갱신되며 ESG위원회에 보고되고 탄소중립협의체를 통해 유관부서와 함께 전사 차원의 이행 점검 및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자가발전용 재생에너지 설비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위해 국내(오창, 대전), 중국(남경) 사업장에 자가발전용 태양광 설비 설치를 통한 에너지 소비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철 기자 leesc@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