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지정학적 변수 영향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40여 년 전 미국과 중국의 상징적 협력 모델로 탄생했던 첫 제약 합작회사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6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합작사 ‘중미 상하이 스퀴브 파마슈티컬스(SASS)’의 지분 60%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2년 중국 국영기업 시노팜과 손잡고 설립된 SASS는 외국 기업의 단독 진출이 불가능했던 당시 중국 시장에서 최초로 성사된 미·중 합작 제약사다. 이를 통해 BMS는 항생제, 심혈관 치료제, 진통제, 대사질환 치료제 등의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 매각의 인수 주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아시아 최대 투자사 중 하나인 힐하우스 캐피탈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힐하우스는 BeOne Medicines(구 베이진)과 헝루이제약 등 중국 바이오 기업에 꾸준히 투자해 온 자본으로 현지 업계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BMS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주로 중국에서의 구형 의약품 및 소비재 제조와 관련이 있으며 BMS의 핵심 혁신 의약품 사업이 중국에서 운영을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는 단순한 사업 재편을 넘어 미·중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변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상원은 중국 바이오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안을 추진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 역시 중국산 의약품 허가 및 거래 제한 행정명령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제약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8월에는 벨기에 제약사 UCB가 중국 본토에서 성숙 단계에 접어든 신경학·알레르기 사업을 6억 8000만 달러에 현지 투자사와 중동 자본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양국은 틱톡 강제 매각, 보복 관세, 반도체 기업 덤핑 조사 등으로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바이오·제약 산업 역시 정치·안보 리스크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중 간의 지정학적 관계 악화의 직접적인 여파는 아닌 것으로 보이나 양국 간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어 미국과 중국기업들의 진출전략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우리에게 미칠 기회와 위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