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해외수주 목표 달성 '청신호'…중동 캐시카우와 신시장 개척 병행
현대건설 계동 사옥./ 현대건설
현대건설 계동 사옥./ 현대건설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현대건설이 중동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호주 전력망 시장까지 두드리며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정부가 내세운 해외건설 500억달러 목표 달성에도 탄력이 붙으면서, 장기 침체를 겪어온 업계 전반의 수주심리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라크 총리실에서 32억7700만달러(약 4조3900억원) 규모의 해수공급시설(WIP)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하루 500만배럴 용수 생산이 가능한 초대형 해수 처리 플랜트를 짓는 공사로, 이라크 원유 증산 정책의 핵심 인프라다. 규모 면에서 2023년 준공한 카르발라 정유공장(총 사업비 60억4000만달러) 이후 최대다.

이번 프로젝트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카타르 에너지, 이라크 국영 바스라 석유회사가 공동 투자하는 가스 개발 통합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공사기간은 착공 후 49개월이며, 완공 시 바스라 남부 웨스트 쿠르나·루마일라 유전 등에서 원유 증산에 직접 투입된다.

이라크는 국가 수입의 90% 이상을 원유에 의존하는 만큼, 2030년 하루 원유 생산량을 현재 420만배럴에서 800만배럴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안정적 대형 플랜트 수주처를 확보한 셈이다.

업계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이저(TE·Qatar)와 국영사(BOC)가 함께하는 구조이므로 대금 지급 리스크가 낮을 것이며, 단독·장기 대형 공사로 연평균 약 1조원 내외의 매출 가시성이 생긴다”고 내다봤다. 이어 “카르발라 정유공장(2023년 준공) 이후 최대급 해외 레퍼런스를 추가하면서 중동 플랜트 입찰 경쟁력과 후속 패키지 파이프라인이 강화됐으며, 국내 도시정비·원전 모멘텀에 더해 해외 플랜트 축이 회복돼 실적 변동성 완충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쟁·코로나19 속에서도 주요 국책 공사를 책임지며 쌓은 신뢰가 이번 성과로 이어졌다”며 “정유공장, 전력시설, 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현대건설은 호주 전력망 시장에도 진출을 본격화했다. 최근 서울 계동 본사에서 호주 빅토리아주 최대 전력망 사업자인 오스넷(AusNet)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송변전 인프라 및 신재생에너지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호주는 ‘Rewiring the Nation’ 정책 아래 대규모 전력망 재구축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현대건설의 글로벌 EPC 역량과 결합할 경우 빠른 성과가 기대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에는 시드니 지사를 열고 남호주 주정부와 신재생·인프라·주택 분야 협약을 맺는 등 호주·오세아니아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회사 측은 “오스넷의 운영 경험과 현대건설의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면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는 정부 해외건설 목표 달성에도 긍정적이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OCIS)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외수주액은 372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371억달러)을 넘어섰다. 현대건설의 대형 수주가 더해지면 정부 목표인 500억달러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성과가 다른 대형사들의 해외 진출에도 ‘심리적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본다. 내수 부진 속에서 해외 프로젝트가 실적 방어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 호주 ESG 규제, 공사 지연에 따른 원가 부담 등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중동을 ‘안정적 캐시카우’, 호주를 ‘신시장’으로 삼아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업계 반등의 선두주자가 될지 주목된다.

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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