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공급전 불붙은 HBM4, 반도체 3사 ‘초격차’ 쟁탈전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HBM4 시대를 맞아 엔비디아 공급 계약을 두고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빠르게 양산체제를 갖추며 선도하지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역시 차별화된 기술로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HBM4는 기존 HBM3E 대비 대역폭·전력효율이 크게 향상돼 AI 시대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2,048비트 I/O, 최대 2TB/s 대역폭, 40% 이상 향상된 전력 효율 등 획기적인 사양을 갖춰 대규모 AI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4의 도입으로 서버·AI 칩 성능이 60~69%까지 향상될 수 있으며 데이터 병목 현상과 전력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SK하이닉스는 HBM3·HBM3E 시리즈에서 엔비디아 공급을 주도해 왔으며 HBM4 역시 세계 최초 개발·양산 체제를 구축해 선두 입지를 확고히 했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도 HBM4 샘플 출하 및 인증 속도를 높이며 전열을 재정비 중이다.
◆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양산, 품질·성능 ‘차별화’
SK하이닉스는 가장 먼저 HBM4 개발을 성공하고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섰다. 지난 3월 엔비디아에 처음으로 HBM4 샘플을 공급한 뒤 6개월 만에 HBM4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2,048 I/O와 10Gbps 이상의 동작속도 5세대 10나노 공정 등으로 기존 대비 2배 대역폭과 40% 이상 전력 효율 개선을 실현했다. MR-MUF(액상형 언더필 공정)으로 생산 안정성과 열 방출을 크게 개선해 12-Hi 제품까지 내구성을 확보했다.
올해부터 엔비디아와 2026년 공급 계약 체결이 예상되며 전체 HBM 시장 점유율 40~50% 이상을 목표로 질주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가 HBM4 초격차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1c 나노·4나노 공정, 맞춤형 설계로 반격
경쟁사를 추격 중인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4 최종 테스트를 위해 막바지 점검 중에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한 세대 앞선 6세대 1c 나노 DRAM을 HBM4에 적용해 집적도와 용량 면에서 강점을 확보 중이다. 또한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해 로직칩 성능·전력효율도 대폭 개선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증은 SK하이닉스보다 2개월가량 느리지만 맞춤형 LLM·데이터센터용 실리콘 설계 역량, TSMC와의 협업을 앞세워 대대적 수주 반전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HBM4 개발에선 한 발 늦었지만 성능과 기술적 면에선 우위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대한 최종샘플(CS) 출하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이른 이달 말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HBM4 수요 본격화에 맞춰 적기에 공급을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1c 나노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투자를 지속 집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도 이미 공급중…"대량 공급력·수율·기술신뢰가 관건"
마이크론도 36GB 패키지, 2TB/s 대역폭을 갖추고 전력효율이 HBM3E 대비 20% 늘어난 HBM4 제품을 이미 주요 고객에 공급 중이다. 12-Hi 설계, TSMC의 5나노·12nm 로직 다이 이용, 내장 테스트·검증 기능 등 호환성·안정성에서도 강점을 내세운다. 엔비디아와 대량 공급 계약과 더불어 AMD, 브로드컴 등 다양한 AI·데이터센터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의 독주였으나, HBM4부터는 삼성전자의 빠른 추격·마이크론의 재진입이 격돌 구도를 예고한다. 엔비디아 GPU ‘루빈’ 등 신형 AI 가속기의 성능 요구치에 기반해 누가 먼저 ‘품질과 수율을 갖춘 안정적 공급’을 실현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핵심이다. HBM4는 기존 대비 30% 이상 비싼 신제품으로, 2026년부터 AI·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며중장기 시장은 한국 2강이 우위를 재확인하는 흐름이 유력하다.
HBM4 세대에서 주도권을 잡는 기업은 AI 빅사이클의 반도체 판도를 쥘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조기 양산과 기술신뢰로,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과 대량생산 역량으로, 마이크론은 유연한 공급 정책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업계 관계자는 “고대역폭·저전력·대용량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결국 대량 공급력, 수율, 기술신뢰가 빅테크 메모리 3강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