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컵이 한국배구연맹이 무능한 행정력 속에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KOVO컵이 한국배구연맹이 무능한 행정력 속에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한스경제=김성진 기자 |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해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년 동안 KOVO가 주관한 프로배구 V리그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배구 시즌에는 두 개의 스포츠전문채널에서 전 경기가 생중계된다. 외양만 놓고 보면 프로농구와 함께 겨울철 대표 스포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겉과 달리 속은 정반대였다. 아마추어단체보다도 못한 행정력을 갖춘 부실한 스포츠단체라는 것이 증명됐다. 무능한 행정력을 보여주며 국제 망신도 자초했다.

국제배구대회 스케줄은 5년 치가 공지된다. KOVO도 뻔히 9월에 국제대회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 KOVO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KOVO컵을 강행했다. FIVB가 대회 개최에 제동을 걸었고 남자부 경기는 개막하자마자 중단됐다. 이후 대회를 취소했다가 조건부 재개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대회에 초청한 태국팀은 무관중 연습경기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지난 시즌 우승팀 현대캐피탈은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FIVB는 세계선수권이 끝나고 4주 뒤에 각국 대회를 열도록 했다. KOVO는 세계선수권이 진행 중인데 이 규정을 무시하고 대회를 진행했다가 이 사달이 났다. 뻔히 규정이 있고, 각 구단이 이의 제기를 했는데도 강행하다가 망신만 당했다.

대회 중단, 취소, 재개 과정도 일관성이 없었다. 문제를 막는데 급급해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촌극을 자초했다. 그런데도 KOVO는 확실한 대책 마련과 단체장의 책임있는 사과 내용이 빠진, 진정성 없는 사과문 한 장과 관련자 문책으로 이 상황을 넘어가려고 한다.

10월에 V리그가 개막하지만 타이틀 스폰서 후원 계약을 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충분히 새로운 스폰서를 찾을 시간이 있었는데도, KOVO는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타이틀 스폰서 없이 시즌이 열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여기에 KOVO컵 파행은 불 위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KOVO컵 스폰서로 참여한 여수시와 NH농협이 긍정적인 후원 효과를 거둘지도 불투명하다.

프로배구는 20년 동안 국내의 높은 인기와 반비례해서 갈라파고스화된 환경, 국제경쟁력 하락, 스포츠 행정 인력 부재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그 모든 문제가 이번 논란으로 표출됐다. KOVO의 대대적인 쇄신과 개혁이 없다면, 추락은 시간문제다.

김성진 스포츠부 부장
김성진 스포츠부 부장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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