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GS칼텍스 대주주로 '한국 중심 다운스트림 확대' 기조에 여수단지 투자 허브 부상
글로벌 경쟁사 탈아시아 행보와 대조…산업계 미칠 파장 ‘예의주시’
정유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유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미국 정유·에너지기업 셰브론이 한국을 다운스트림 전략 핵심 거점으로 선언했다. 엑손모빌 등 경쟁업체가 아시아 시장 설비 투자를 줄이고 효율성 중시에 나선 것과 달리 정통 석유화학 영역 자본 투입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지분을 보유한 GS칼텍스 여수단지 중심 정제 고도화·석유화학 설비 확대가 관측되는 가운데 향방이 주목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석유회의(APPEC)에 참석한 브랜트 피시 셰브론 국제 다운스트림 부문 대표는 “한국처럼 석유화학과 중유 설비 업그레이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싱가포르와 같은 일부 정유공장은 대규모 투자 대신 자본 성장을 통해 경기 사이클 대부분 구간에서 오히려 더 나은 수익을 얻는 전략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에 원유 업그레이드 설비 확충과 석유화학 생산능력 증설을 중심으로 자본 투입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는 기존의 시설 유지 수준을 넘어 공격적 투자로 방향을 튼 셈이다.

셰브론이 활용할 주력 자산은 국내 2위 정유사 GS칼텍스(셰브론 지분 50%)가 운영하는 여수 복합단지다. 하루 80만 배럴 처리 규모 대형 정제설비와 혼합원료분해시설(MFC, Mixed Feed Cracker) 설비가 중간체·올레핀 생산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셰브론은 이를 통해 정유-화학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융복합 밸류체인’을 확립한다는 복안이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결이 다소 다르다. 대표적으로 엑손모빌은 2023년 싱가포르 주롱섬 확장을 끝으로 아시아 신규 다운스트림 투자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향후 투자는 미국 걸프만 지역과 중동에 집중할 계획이며 아시아 정제설비 일부는 매각도 검토 중이다. 엑손모빌은 탄소감축보다 석유생산 효율과 현금흐름 극대화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석화업계가 탄소중립과 본업 경쟁력 제고 사이 갈팡질팡하는 흐름 속에서 셰브론 행보는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셰브론은 정유·화학 부문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현금창출원이며 아시아는 마진과 성장성이 공존하는 시장이란 철학 아래 지속 투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싱가포르나 태국 등에는 추가 자본 투입 계획이 없지만 한국을 밸류체인 전환 여력과 지역 리스크 안정성 측면에서 유일한 확장 가능 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셰브론이 한국 시장에 기대를 거는 이유로는 몇 가지 특징이 꼽힌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아시아 수출 거점으로서 최적지라는 점, ▲GS칼텍스의 고도화 설비율이 이미 40% 이상으로 업그레이드 효율이 높은 점,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역으로 고효율 설비에 대한 보조금·규제 완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반면 위험 요소도 있다. ▲원유 업그레이드 공정은 온실가스·황산화물 등 환경부하가 크고,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저조한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최하위권이며 전력원의 60% 이상이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이다. 이는 국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규제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정유·석유화학 설비 감축 및 고도화 계획과 셰브론의 증설·집중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상충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환경단체나 지역사회 반발 가능성,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도 향후 사업 추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셰브론은 정유·화학 부문 구조적 수익성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고도화 설비를 통한 마진 확보, 석유화학 내수·수출 병행 전략, 한국의 정제 품질 기준(초저유황 경유 등) 등은 여전히 매력적 요소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셰브론은 단기 탈탄소 트렌드보다는 다운스트림 부문 ‘캐시카우 구조’를 연장하려는 전략”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압박과 ESG 평가 하락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다각도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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