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정부가 서민금융 상품에 대한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면서 이와 비슷한 금리의 대출을 취급하는 제2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는 서민금융을 확대·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명분은 분명하지만 신용 리스크를 반영해 금리를 책정하는 현 금융 체계에 반해 정책적 결정만으로 금리를 낮출 경우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서민·취약차주 대상 대출금리를 직접 겨냥하며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지적한 대상은 정부 정책상품인 햇살론15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대출로 모두 저신용자가 이용하는 대출 상품으로 금리가 최대 연 15.9%에 달한다.
이 같은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돈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하면서 이자율을 15.9% 적용한다"며, "경제성장률 1% 시대에 성장률의 10배가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들이 살 수 있는가"라며 금융당국에 근본적인 개선을 지시했다.
실제로 햇살론15는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으로 정부가 일부 이자를 보전해주지만 차주가 부담하는 실질 금리는 15.9%에 달한다. 또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대출 역시 보증료가 포함되면서 그동안 고금리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카드나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에서는 정책금융 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경우 금융 업권으로의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적으로 2금융권을 겨냥하진 않았지만 이들이 취급하는 대출 상품 금리가 대체로 15%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업권의 대출 고객이 주로 서민·취약차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자연스럽게 카드론이나 저축은행의 신용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신용위험 평가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대출 금리는 상환 불능 리스크를 반영해 산정되는데 이를 정치적 판단으로 억누를 경우 건전한 신용공급이 막히고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대출 자산에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저축은행 역시 전체 신용대출의 70% 이상이 중·저신용자에 집중돼 있는 만큼, 향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금리는 상환 불능 위험을 반영해 산정되는 것인데 이를 정치적 판단으로 억누르면 건전한 신용공급이 오히려 막힌다"며, "카드론 평균 금리가 약 14~16%대인데 최고 금리를 낮추면 절반 이상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이 경우 고위험 차주는 배제되고 일부는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는 학계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수정경제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의 인하는 이자 부담 경감이라는 긍정적인 효과 외에 저신용자의 대출시장 접근성 하락, 불법사금융 이용 확대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불법사금융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우려) 신고·상담 건수는 2021년 9918건에서 2022년 1만913건으로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1만3751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제도권 대출이 막힌 차주가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풀이된다. 이에 보고서 역시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저신용자의 대출 접근성이 저하되는가 하면 일부 불법사금융 이용 증가 현상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2금융권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카드업계는 최근 몇 년간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경기 둔화에 따른 결제 성장률 둔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이미 순익이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금리 인하 압박까지 겹칠 경우 취약차주 중심의 대출 영업 구조는 더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업계 역시 상반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여전히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부실 위험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가중돼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다른 2금융권 관계자도 "이재명 대통령의 '15.9%' 금리 발언이 다만 정책 금융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 같다"며, "만약 이 발언이 향후 최고금리 인하 논의로 이어질 경우 카드사뿐 아니라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 전반의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