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선수단의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현대캐피탈 선수단의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전초전격인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KOVO컵)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15일 남자부 명가인 현대캐피탈이 대회 불참을 결정하면서 KOVO컵은 사실상 ‘반쪽짜리 이벤트 대회’로 전락하게 됐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어제 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며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오늘 오전 9시쯤 한국배구연맹에 더 이상의 대회 참여가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경기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와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 선수 6명 등 총 8명이 빠지게 된다. 첫 경기 때도 아포짓 스파이커 선수가 없어서 미들 블로커 선수가 아포짓 자리에서 뛰었다. 그때는 예비 엔트리 선수들이 빠지기 전인데 예비 엔트리 선수들까지 빠지면 아포짓 스파이커에 리베로까지 없는 상황이다. 이시우는 는 부상이어서 경기 뛸 수가 없다. 포지션 변경을 하더라도 선수 교체 부분에서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현대캐피탈로부터 중도 하차 의사를 전달받은 후 약 3시간 만에 “현대캐피탈은 선수 구성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남자부 KOVO컵 중도 하차를 결정했다. 현대캐피탈의 잔여 경기는 국제배구연맹(FIVB) 경기 규칙 중 ‘제6.4.2항 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시간에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규칙 6.4.1과 같은 결과로 부전패를 선고한다’에 따라 부전패 처리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V리그 남은 6개 팀이 경쟁하는 반쪽짜리 이벤트 대회로 의미가 퇴색됐다. 연맹은 잘못된 행정 처리로 대회 수준을 격하시켰다. 애초 이 대회가 열리기 전 일부 구단들로부터 ‘KOVO컵 개최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문의를 받고 “이벤트 대회”라는 판단을 내리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답변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하여 대회를 강행했지만, FIVB가 KOVO컵을 정식 대회로 해석해 대회 취소를 요구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연맹은 14일 오전 0시 대회를 전격 취소했다가 약 9시간 뒤 FIVB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고 대회 재개를 알리며 판단을 번복했다. 재개했지만 일부 구단들이 정상적으로 참가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15일 오전 지난 시즌 챔피언 현대캐피탈이 대회 중도 하차를 선언하면서 대회 개최 의미가 사실상 사라졌다.

연맹은 현대캐피탈이 최종 판단을 하기 전 구단들의 보이콧을 막기 위해 신무철 사무총장을 세계선수권이 진행 중인 필리핀으로 급파해 FIVB 집행부를 만나 대화를 시도하게 했지만, FIVB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연맹은 KOVO컵에 초청한 나콘라차시마(태국)를 대회에서 제외한 결례를 범한 데 이어 필리핀 현지에서도 FIVB 설득에 실패하는 아마추어 행정력으로 국제 배구계에 망신을 당했다.

15일 만난 한 체육계 관계자는 “애초에 KOVO컵을 이벤트 대회라고 생각한 게 황당한 일이다. 연맹의 행정력이 얼마나 미숙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혀를 찼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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