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무 부사장(왼쪽)이 스피어팀 주장 드로그바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넥슨 제공
박정무 부사장(왼쪽)이 스피어팀 주장 드로그바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넥슨 제공

| 한스경제(상암)=신희재 기자 | "예전엔 게임을 직접 해야만 지표로 잡았는데, 지금은 콘텐츠를 통해 표현할 방법이 훨씬 많아졌다."

박정무(46) 넥슨 사업부사장이 한 말이다.

게임 회사 넥슨이 주최한 '2025 아이콘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이 13일과 14일 양일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아이콘매치는 온라인 축구 게임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을 서비스하는 넥슨이 게임과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2년 연속 준비한 행사다. 국내외 축구 전설 32명이 각각 FC 스피어(공격수 팀)와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 팀)로 나눠 이색적인 맞대결을 치른다. 지난해 기준 섭외 비용만 1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이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는 넥슨과 172만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 관계자들이 회식 도중 '축구 레전드를 다 모아 공격수 팀 대 수비수 팀으로 맞붙으면 어느 쪽이 이길까'라고 농담한 데에서 출발했다. 이후 넥슨과 슛포러브는 전 세계를 오가며 후보군을 개별로 만나 설득했다. 그 결과 2년 연속 30명이 넘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이들은 전성기 시절 '몸값'을 모두 더하면 1조4000억원이 넘을 만큼 엄청난 위상을 자랑한다.

박정무 부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넥슨 제공
박정무 부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넥슨 제공

13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정무 부사장은 선수 섭외 기준에 대해 "은퇴한 선수, 90분 경기를 어느 정도 뛸 수 있는 체력과 경기력이 보장된 선수 위주로 선별했다. 그리고 선수 명성과 함께 아스널 무패 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황금기, FC바르셀로나 동료, 리버풀 이스탄불 기적 등 선수단 내 서사도 고려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지난해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이 쉽게 걷지도 못하고, 다음날 앓아누웠을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현역 시절처럼 열심히 뛰었던 기억들이 이번 섭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2년간 아이콘매치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난해 아이콘매치는 현장에 6만4000명이 넘는 관중이 모이고, 라이브 방송 누적 시청자 6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이른바 ‘대박’을 쳤다. 올해도 메인 경기 티켓이 선예매 수량은 10분, 일반 예매 수량은 20분 만에 매진돼 6만명 이상의 축구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박정무 부사장은 지난해 FC그룹장 직함을 달고 아이콘매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올 초 성과를 인정받아 사업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2년 연속 아이콘매치 흥행을 주도하면서 넥슨의 간판 지식재산권(IP)인 FC 시리즈가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박정무 부사장은 "아이콘매치를 통해 게임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보다는, 아이콘매치 콘텐츠에 대한 소비를 좀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게임 매출과 트래픽을 계산했을 땐 2년 연속 100억원 이상 투자는 손해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콘매치를 통해 얻은 넥슨의 브랜드평판 지수 증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에서 아이콘매치를 향해 쏟아진 호평을 고려하면 ‘그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는 해석이다.

카카(왼쪽)와 마이콘이 공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넥슨 제공
카카(왼쪽)와 마이콩이 공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넥슨 제공

아이콘매치의 흥행 비결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데 있다. 이 행사는 2000년대를 함께했던 선수와 팬이 추억을 회상하는 곳이다. 동시에 게임을 통해 은퇴 선수들을 접한 어린 세대가 꿈을 키울 수 있는 장소다.

박정무 부사장은 "호텔에 가면 아들과 아버지가 같이 온 경우가 많다. 아들은 게임을 통해 선수를 알고, 아버지는 현역 시절을 직접 본 추억이 있다. 같은 선수를 다른 채널을 통해 알게 되고, 이들이 친해지는 계기를 만드는 게 아이콘매치다"라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아이콘매치가 한국에서 세대 간 교류의 접점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고 언급했다.

실드팀 주장으로 2년 연속 행사에 참석한 리오 퍼디난드(47) 또한 "요즘 세대들은 디디에 드로그바(47), 티에리 앙리(48), 호나우지뉴(45)를 직접 본 적이 없다. 비록 현역 때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어린 세대들을 향해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추억을 선사할 수 있다. 나도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과 뛰면서 영감을 얻고,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넥슨 아이콘매치는 게임의 한계를 넘어 매년 가을 축구팬들이 기다리는 문화 콘텐츠로 입지를 굳혔다. 박정무 부사장은 "넥슨이 축구 게임을 굉장히 오랜 기간 서비스해 왔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아이콘매치는 그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한다"며 "효과를 따지기보다는 '(유저들에게) 얼마나 더 완벽하게 보답해 드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드로그바(왼쪽)와 박지성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넥슨 제공
드로그바(왼쪽)와 박지성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넥슨 제공

신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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