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IDT 실사용 현장 교사 75% 긍정적 평가
“AIDT는 보조 자료...교사 대체할 수 없어”
정책 신뢰도 부족...“현장 목소리 반영돼야”
한국교과서협회가 AI디지털교과서 시연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한국교과서협회 및 AIDT 발행사
한국교과서협회가 AI디지털교과서 시연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한국교과서협회 및 AIDT 발행사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AI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교과서협회와 AIDT 발행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실제 현장에서 AIDT를 활용한 교사 대부분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음에도 정책 방향과 사회적 수용성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 비판적 인식의 상당 부분이 ‘미사용자 집단’에서 형성됐다는 점은 정책 설계 과정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이다.

‘AIDT 효용성 인식 조사’는 전국 초·중등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실제 수업에서 AIDT를 활용한 교사 중 75% 이상이 긍정 평가를 내렸으며 일부 항목에서는 긍정적 답변이 80%에 달했다. 수업 몰입도와 운영 편의성에 있어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AIDT를 직접 사용해보지 않은 교사들의 긍정 응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해력 저하, 기술 의존, 수업 집중도 하락 등 우려 역시 ‘비사용자 그룹’에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일례로 ‘문해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문항에서 미사용자는 71.5%가 동의한 반면 적극 사용자는 37.6%에 그쳤다. 수업 집중도 저하에 대한 우려 역시 각각 64.4%와 28.8%로 격차가 뚜렷했다.

이는 최근 교육 현장을 둘러싼 비판 여론 상당수가 실제 체험 없는 추정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한다. 실제 교사들은 AIDT 활용법이 어렵지 않으며 수업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라고 평가하는 반면 경험이 없는 경우 막연한 우려를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책 초기부터 제기돼온 핵심 쟁점은 AIDT가 교사의 전문성과 역할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사용자 유형과 관계없이 대다수 교사는 ‘AIDT는 보조 수단일 뿐 대체재가 아니다’는 응답을 했다.

AIDT 적극 사용자 교사의 70.4%, 소극 사용자는 63.1%, 미사용자 역시 63.4%가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이는 AIDT 활용 경험 유무를 떠나 교사 전문성 자체가 대체 불가하다는 현장 인식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AIDT가 수업 자료 제작이나 맞춤형 피드백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결국 학급 운영의 중심은 교사”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도 AIDT를 둘러싼 여론은 여전히 분열돼 있다. 교육업계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정책 신뢰 부족’을 꼽는다. 

윤석열 정부 시기 교육부는 AIDT를 2025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교사 연수 프로그램과 인프라 지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 확대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보완책을 내놨다. 올해 들어 ‘체험형 교사 연수 과정’과 ‘현장 피드백 반영 위원회’를 도입하며 이전보다 교사의 참여를 강조했지만 여전히 예산 배분 문제와 교육 격차 심화 우려가 풀리지 않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공립과 사립 간 인프라 편차가 크다는 현실이 정책 수용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국교과서협회 관계자는 “실제 수업을 통해 효과를 경험한 교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 제도를 설계해야만 정책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추진한 일본의 경우 문부과학성이 지난해부터 AI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 교과’ 시범 사업을 시작해 올해 일부 초등학교에서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일본 역시 초반에는 교사들의 반발이 컸지만 국가 차원의 교사 연수 지원과 평가 시스템 차별화로 점차 수용률이 올라가고 있다.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일괄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학군별 선택에 맡기면서 현장 교사의 반발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도입 속도는 늦지만 정책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 교육계에서 제기되는 ‘정부 주도의 일괄 시행’에 대한 불신은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AIDT 논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정책 목표와 현장 인식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자체에 대한 합의는 있지만 시행 방식과 지원책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 불투명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 기술 교육이 아닌 실제 수업 시나리오 기반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IDT 체험형 연수 확대와 교사 자율권 보장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지역별·학교별 맞춤 지원책 마련도 촉구한다. 네트워크 환경, 기기 보급 속도의 차이를 고려한 특화 지원이 없다면 격차만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AI 기반 교과서가 학생의 집중도·반응 데이터를 수집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므로 학생 학습데이터 활용에 따른 윤리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AIDT를 실사용한 교사 다수가 긍정적 효과를 체감하고 있음에도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비사용자 집단’의 우려가 여론을 주도하고 정책 신뢰 부족이 겹쳐 있기 때문”이라며 “교육기업과 현장 교사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은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인 만큼 결국 논쟁의 해법은 기술 효용성만이 아니라 현장 교사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얼마나 정책에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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