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가AI전략위원회-AI수석-과기부총리 거버넌스 구축…정부 AI 정책 본궤도
지나친 AI 쏠림 현상에 대한 지적도…균형있는 정책 추진 필요
새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라 과기부총리로 격상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최대성 기자
새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라 과기부총리로 격상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최대성 기자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지난 7일 새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와 함께 과기부총리가 17년에 부활하면서 과학기술 강국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이 본격 시행을 알렸다. 인공지능(AI) 세계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새 정부가 AI수석 신설에 이어 과기부총리까지 임명하면서 AI 기반의 미래 기술 확보를 우선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 AI 정책 전략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대통령실에서 AI 정책 기획과 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과기부총리를 겸임하게 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5조원에 이르는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조정권을 바탕으로 실행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국가AI전략위원회가 범부처 조정과 최상위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하정우 수석과 배경훈 장관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와 과기정통부 초거대 AI 추진협의회에서 함께 활동했으며 소버린 AI를 강조해온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하정우 수석은 네이버에서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참여했으며 배경훈 장관은 LG에서 ‘엑사원’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이 둘의 인선은 독자 AI 기술력 확보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R&D 예산과 AI 예산이 두 사람을 뒷받침한다. 내년도 R&D 예산은 35조3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9.3% 증가했으며 AI 예산은 10조1000억원으로 올해 3조3000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AI 예산 구조를 보면 AI 인프라 및 인재 양성에 7조5000억원(74%)을 배정해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 모습이다. 구체적으로는 GPU 1만5000장 추가 확보(총 5만장 목표), AI·AX 대학원 확대, 생성형 AI 선도 연구과제 5개에서 13개로 증설 등이 포함된다. 특히 전 세계적인 AI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AI 인재 양성은 AI 3대 강국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새로 도입되는 AX 대학원은 기존 AI 융합대학과 달리 산업 전반의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프로세스를 AI로 재정의하는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정부는 AI·AX 대학원을 2030년까지 30개로 확대하고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함께 연 750만원 규모의 박사우수 장학금 신설 등을 통해 국내외 첨단 산업 분야 인재 3만3000명 확보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소버린 AI도 구체적 실행 단계에 들었다는 평가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가 자국 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의미하며 이는 AI 기술 주권 확보라는 목표에 직결된다. 하정우 수석은 “한국 대표 AI 기업 서너 개를 뽑아서 GPU 5000장을 몰아줘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분산 투자보다는 경쟁력 있는 기업에 집중 지원해 빠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하정우 수석은 “앞으로 3년, 길면 5년 동안이 AI 시대의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과기부총리 체제의 핵심 효과 역시 정책 결정과 집행의 속도감 향상에 있다. 과거 과기정통부가 기획재정부나 산업부보다 정책 결정권이 약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는데 이제는 부총리급 권한으로 타부처와의 협의에서 우선순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계는 전반적으로 과기부총리 부활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며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도 “오랜 기간 과학기술계와 연구 현장이 요구해 온 목소리가 드디어 정책에 반영된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실질적 권한 확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과기부총리 당시 과학기술혁신본부에 기재부 인력이 들어와 사실상 기재부 논리로 움직였던 과거에 비춰 과학기술혁신본부에 R&D 예산편성권까지 주어져야 과기정통부와 과기부총리에 확실히 힘이 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부처 간 고유한 정책 영역을 고수하는 기존의 관습을 허물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부처별 전문가들이 각자의 AI 정책을 내세우면서 정부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많았다. 새로운 과기부총리는 이러한 부서별 개별 사업을 통합해 범부처 R&D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외에도 AI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AI수석에 이어 과기부총리의 주요 역할도 AI에 지나치게 집중되면 다른 분야에 대한 기술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 2026 지출구조조정 사업 목록을 살펴보면 올해 ‘6G 핵심기술개발‘에 배정된 236억원 규모의 예산이 사업 우선순위 조정을 이유로 내년 예산안에는 전액 삭감됐다. AI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국가 주요 인프라와 관련된 핵심 기술 역시 두루 살필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부총리 신설은 한국의 AI 국가 전략이 실행 단계로 전환하는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정부 차원에서 AI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이제서야 국가 차원의 체계적 대응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17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AI라는 명확한 목표와 대규모 예산, 실무형 전문가 리더십이 결합된 만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석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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