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직개편 잡음...관련 법 개정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올해 하반기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여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카드업계가 협회 차원에서 TF를 구성하고, 상표권 선점에 나서는 등 새로운 디지털 결제 상용화를 위한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다만,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경우 카드 발급·가맹점 관리·결제망 운영에 집중돼 있어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정산이 사실상 공백 상태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관련 법제 정비·보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주 스테이블코인 관련 TF 구성을 종료하고 법제 개선 방향과 기술 적용 가능성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검토 중이다. 보고서는 이르면 내주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TF는 제도 분과와 기술 분과 등의 두 부문으로 구성됐다. 먼저 제도 분과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의 영위를 위한 법제화를 추진한다. 이어 기술 분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에 맞춰 기존 결제망과의 연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는 정부가 올해 초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입법 과제로 명시한 데 따른 것으로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카드업계는 공동 상표권 출원까지 마치며 '상용화'를 염두에 둔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또한 여신금융협회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선점에도 나섰다. 특허청 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가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출원한 개수는 K-WONPAY·CARD KRW·KPayOne·PayCredi 등 총 30종에 달한다. 분류 역시 가상통화 중개업, 전자지갑 결제서비스업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카드업계의 선제적 행보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결제 시장에 자리 잡을 경우 소비자와 가맹점 간의 직접결제가 늘어나 카드 수수료 기반의 기존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직은 명확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디지털 결제의 새 판이 열릴 수 있다"면서,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를 전제로 한 '빠른 대응'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카드사의 역할을 단순 결제 중개에서 나아가 AML(자금세탁방지)·FDS(사기거래탐지)·리스크 관리와 같은 부가 서비스와 결제 보안을 결합해 '네트워크 사업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금융보안원은 올해 전망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새로운 사이버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계정 탈취·API 남용·단말 위/변조 등 외부로부터의 공격면이 넓어지면서 카드업계의 보안 체계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아울러 여신금융업법을 적용받는 카드사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정산 같은 신종 서비스 영위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사업 부문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의 겸영·부수업무 명시 △디지털 금융 환경에 대응 가능한 유연한 업무 정의 △상환과 분쟁 절차의 법적 명문화 등을 건의한 상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마련은 국회 쪽에서 진행되고, 시행령 개정이나 예산 등은 금융위에서 가능한 부분이다 보니 결과보고서가 마련되는 대로 업계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진행되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 발표 등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오는 25일 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 및 금감위설치법 통과를 계획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발에 따른 합의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당국이 지금 조직개편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업무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닌 만큼,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아직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아 시간적인 여유는 있는 편이다"면서도, "당국 내부에서도 조직개편과 관련해 잡음이 나오는 만큼, 법 개정이 조속히 진행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