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궁양행 사업 시작...1954년 동국제강 설립
동국산업·한국철강 등 철강산업 태동의 주역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동국제강을 통해 한국 철강산업을 태동시킨 대원(大圓) 장경호 회장 50주기를 맞아 범(汎) 동국제강그룹이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장경호 회장의 전 재산을 헌정해 설립한 대한불교진흥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불교계도 동참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창업주 5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마포구 소재 대한불교진흥원 3층 대법당 다보원에서 ‘대원 장경호 거사 50주기 추모 및 대한불교진흥원 창립 50주년 기념 법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식 및 법회에는 동국제강그룹 장세주 회장, 장세욱 부회장을 비롯해 동국산업그룹, 한국철강그룹, 철박물관, 부산주공 등 창업주 장경호 회장의 사업에 뿌리를 함께 하고 있는 범동국제강그룹(17개 기업·1개 단체) 경영진 78명이 함께 했다.
장 회장의 손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업을 시작해 민족 자본을 세우셨고 삶의 길을 보여주신 선각자”라며 “업을 통해 민족과 국가에 보은하고자 하셨던 돌아가시기 전 모든 사재를 사회와 불교에 환원하셨던 큰 뜻을 기리며 추모할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대원 장경호 회장은 1899년 부산에서 태어나 1929년 ‘큰 활을 쏘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대궁양행’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남선물산, 조선선재 등을 거쳐 사세를 넓혔고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민간 최초로 쇳물을 일관 생산했던 철강회사인 동국제강을 설립했다.
그는 대궁(大弓), 남선(南鮮), 조선(朝鮮), 동국(東國) 등 기업의 사명을 모두 민족과 국가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지었다. 그 뒤에 설립한 동국산업, 한국철강까지 그의 창업정신은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가운데에서도 민족의식을 잃지 않았던 사업가였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철강보국’의 창업정신으로 민간 철강산업을 일으켰다. 그는 50~70년대까지 동국제강을 통해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태동시킨 장본인이다.
장경호 회장의 동국제강은 부산 용호동에 21만평 규모 갯벌에 부산제강소를 세워 일관 철강생산 단지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국내 최초로 용광로·전기로 시대를 열었고 와이어로드, 후판 등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동국제강은 1970년대 초 100대 법인 중 중화학공업 기업 매출 순위 3위(공기업 제외)까지 성장한다. 동국산업그룹과 한국철강그룹은 장경호 회장의 동국제강그룹에 한 뿌리를 두고 있는 철강 전문 그룹사로 2000년 계열 분리했다.
동국제강그룹 선진 노사관계의 배경에는 장경호 창업주의 철학이 녹아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경영철학은 비움과 불이(不二)로 함축된다. 경영자로서 이윤보다는 ‘사람’을 중시했다.
장경호 거사는 항상 ‘사람이 동국 최고의 자본이다. 동국의 사람들은 지극히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것으로 모두 평등한 관계로 존귀하니 서로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정신은 동국제강그룹 노사화합으로 이어졌다.
동국제강그룹 노사는 1994년 국내 기업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31년째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번 행사는 동국제강그룹 ‘동국 헤리티지(DK Heritage)’ 프로젝트 일환이다. 동국제강그룹은 2025년을 동국 헤리티지의 원년으로 삼고 2029년 동국 75주년-대궁 100주기 기념을 목표로 약 5년간 제반을 마련해 갈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추모는 동국은 물론 한국 철강산업, 그리고 불교계의 헤리티지인 장경호 회장의 정신을 되새기고 기억함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동국제강그룹은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창업자 대원 장경호 회장 50주기 추모 영상 ‘기업을 세우고, 마음을 남기다’를 공개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