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정비 과다 구조에 원재료비 부담…수익성 악화 지속
미래 사업 대응 위해 차입 줄이고 사업 재편 나서
석유화학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석유화학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공급 과잉·수요 부진 장기화에 대응해 구조조정과 재무 안정화(디레버리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익성 회복 지연과 아울러 일부 기업들은 신용등급 하락을 겪고 있어 업황 저점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석유화학 시황 불황은 올해까지도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실적 방어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자산 매각, 고정비 축소, 신규투자 보류 등 다양한 조치에 나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시황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대부분의 석유화학사들이 설비 가동률을 조정하며 손익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며 “동시에 향후 수익성 회복 시점까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재무 레버리지 축소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기업들은 이미 2024년부터 설비투자(CAPEX) 집행 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했다. 이들 중 일부는 부동산 및 유휴자산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에는 해외 자회사나 저수익 공장도 포함돼 있다. 또한 인력 운영 재조정 및 계열 분할 검토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흐름은 정량적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5년 상반기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이 평균 6.5%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평균치(약 10~12%) 대비 크게 하락한 수치다. 고정비 중심 사업구조에서 원가 부담이 수익성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아울러 이번 불황은 사업 구조상 외형 성장에 의존해왔던 석유화학사들에게 자본 효율성과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 대비 수익창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고정비 지출이 지속되면 재무적 압박이 빠르게 가중되기 때문이다.

신용도 측면에서도 구조적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말 롯데케미칼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적자와 고정비 부담, 자회사 투자부담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보고서는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의 비용 구조 개편과 자산 효율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무·합성수지, 아로마틱스 등 범용 제품 스프레드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내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지속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크릴로나이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폴리카보네이트(PC), PET 등 주요 제품군 단가 회복세가 요원한 가운데 중동계 신규 증설도 병행되며 한국 업체들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업계가 탈석유화, 친환경 소재 전환 등 중장기 대응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과 맞물려 글로벌 고객사들이 저탄소 소재에 대한 요구를 늘리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 투자와 기술개발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장기 침체를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전환기’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 대량 생산·범용 제품 중심 모델에서 탈피하지 못한 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으며 고부가가치 소재와 친환경 사업 전환을 병행하지 않을 경우 회복보다 퇴출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산업 내에서는 저탄소 전환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확대될 것이며 이와 함께 수익성 중심의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 책임연구원은 이어 “경쟁력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유지와 재무 안정성 확보는 앞으로도 국내 화학사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수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