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비자 '빵플레이션' 체감..한국 '빵값' 왜 비쌀까
원재료 가격은 계속 올라..인건비 부담도 타업종 대비 ↑
프랜차이즈 시장 중심 구조..독립 제과제빵점은 가격인하 여력 없어
서울 성동구 글로우 성수에 마련된 경제유튜버 슈카의 ETF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가 빵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성동구 글로우 성수에 마련된 경제유튜버 슈카의 ETF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가 빵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990원 소금빵이 촉발한 빵값 논쟁이 제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빵값 거품이 드러났다”고 반응하지만, 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벤트”라고 맞선다. 나아가 이번 논란은 국내 제빵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의 세 배를 웃돈다. 빵값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2023년 7월(8.6%)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지난해 4~11월 1% 미만 상승률을 기록하던 빵값은 12월 3.3%, 올해 1월 3.2%, 2월 4.9%로 오르기 시작했고, 3월부터는 6개월 연속 6%대 상승률을 보였다. 3월 6.3%를 기록한 뒤 4~7월에도 각각 6.4%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주재료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밀가루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2023년 9월 전년 대비 45.5% 급등한 뒤, 이듬해 9월 3.8%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달걀 가격도 지난 4월 이후 꾸준히 올라 8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8.0% 상승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비중이 큰 국내 시장 특성도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 원재료에서 제조·유통까지 본사가 주도하면서 중간 비용이 추가되고, 이는 고스란히 판매가에 반영된다.

빵집 수도 크게 늘었다. 국내 제빵 사업체는 2012년 1만3,577곳에서 2023년 2만8,184곳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도 커졌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중심의 시장 구조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더욱 키운다. 독립 제과제빵점은 원가 절감이나 가격 인하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과점이 빵값을 높이고, 가맹점주의 희생을 전제로 한 할인 마케팅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로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실시한 ‘제빵산업 시장 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에 따르면 국내 빵 제조업체의 인건비 비중은 2022년 기준 28.7%로, 식품 제조업 평균(8.1%)의 세 배를 넘는다.

한국 빵값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파리나 도쿄 베이커리에서는 기본 빵류가 1000~2000원대에 판매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임대료·인건비 등 구조적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 체감 물가만 놓고 보면 한국은 여전히 ‘고가’ 이미지가 강하다.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을 요구하고, 자영업자는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호소한다. 하지만 경제 유튜버 ‘슈카’의 팝업스토어가 선보인 ‘소금빵·베이글 990원’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게 제빵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단발성 이벤트 성격의 팝업스토어와 자영업자의 생존이 걸린 매장을 단순 비교한 것이 논란의 본질”이라며 “자영업자는 원재료·인건비뿐 아니라 유통 구조, 마진, 폐기 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튜버는 채널 홍보 효과를 바탕으로 모객에 대한 우려가 없고, 그에 따라 박리다매 구조가 가능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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