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한국 축구 대표팀이 미국 원정에서 중원의 새 판짜기에 나선다.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필연적으로 대안을 실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7일 오전 6시(한국 시각)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에서 미국과 첫 경기를 치른 뒤, 10일 오전 10시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멕시코와 두 번째 맞대결에 나선다.
황인범은 2018년 대표팀 데뷔 이후 줄곧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고,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도 경기 흐름을 조율하는 핵심이었다. 공을 전진시키는 능력과 정확한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조율하며 대표팀의 ‘엔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소속팀 경기에서 입은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이번 미국 원정에는 동행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출국에 앞서 “큰 대회일수록 부상 변수는 늘 있었다”며 “이번 원정은 새로운 대안을 실험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황인범이 빠진 대표팀은 결과를 떠나 필연적으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소집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처음 발탁된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대표팀 역사상 첫 외국 태생 혼혈 태극전사라는 상징성까지 지녔다. 카스트로프는 왕성한 활동량과 거침없는 투지로 빠른 템포의 경기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자원이다. 홍명보 감독이 “파이터 기질이 강하다. 다른 미드필더들과는 다른 장점을 갖췄다”며 “미국 원정 A매치에서 빠른 공수 전환을 실험해 보려 한다”고 직접 언급할 만큼 기대치가 높다. 아직 대표팀 적응은 필요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중원 경쟁 구도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카스트로프와 함께 투입될 파트너는 여러 후보가 있다. 백승호(버밍엄 시티)는 이미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무대에서 꾸준히 선발로 나서며 경기 조율 능력과 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후방에서 빌드업을 전개하는 능력이 뛰어나 안정감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김진규(전북)는 경기 내내 끊임없이 움직이며 2선과 공격진을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해 황인범 공백을 메우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수비적 성향이 강한 자원들도 무시할 수 없다. 박용우(알아인)는 체격 조건을 활용해 상대 압박을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박진섭(전북)은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가며 다재다능한 활용도를 자랑한다. 서민우(강원)는 활동량과 기동력이 돋보이는 유형으로, 앞 두 선수와 달리 수비뿐 아니라 전방 압박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다. 이들이 조합되는 방식에 따라 홍명보호의 중원 색깔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술적인 변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은 그간 백4를 기반으로 한 4-2-3-1을 주로 가동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백3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격 2선에 배치되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나 이재성(마인츠)이 필요할 경우 중앙으로 내려와 미드필더 조합을 완전히 새롭게 짤 수도 있다. 세계랭킹 15위 미국, 13위 멕시코와 연전은 홍명보호가 ‘황인범 없는 중원’을 어떻게 재편할지 시험할 무대가 될 전망이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