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차세대 K뷰티 주자 ‘이퀄베리’, 1년 반 만에 80개국 진출  
‘스킨1004’ 매출 절반이 서구권...남미·아프리카까지 공략 
해외 역수출 대표 브랜드 ‘조선미녀’, 한국적 콘셉트 주효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국 화장품 중소 브랜드들의 해외 체감 인기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부스터스 ‘이퀄베리’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국 화장품 중소 브랜드들의 해외 체감 인기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부스터스 ‘이퀄베리’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K팝을 넘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K뷰티가 다시 한 번 세계 무대 중심에 섰다. 그 선봉장엔 중소기업 뷰티 브랜드가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으며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해외 체감 인기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기업보다는 중소·인디 브랜드들이 이 흐름의 최전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내 인지도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해외에서는 ‘스타급 브랜드’로 자리 잡은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부스터스가 운영하는 ‘이퀄베리’는 K뷰티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전략이 적중했다. 론칭 1년 반 만에 북미, 동남아, 오세아니아, 중동을 포함한 80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했다.

이퀄베리는 미국 아마존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아마존 입점 2개월 만에 토너 카테고리 14위를 차지했으며 ‘바쿠치올 플럼핑 세럼’은 아마존 내 바쿠치올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에서는 ‘수영장 토너’가 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 1위를 기록하며 현지 시장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 같은 플랫폼 기반 성과는 매출로 직결됐다. 부스터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성장세가 가파른 북미 틱톡숍을 포함한 소셜 이커머스 확장에 힘입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창구를 늘린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퀄베리는 현재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진입한 주요 진출 국가 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 확보를 모색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시장 진입은 후순위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브랜드 입지를 충분히 굳힌 이후 역수출 방식으로 한국 소비자를 만난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의 ‘스킨1004’는 단기간에 서구권 중심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이 유럽과 북남미 등 서구권에서 발생해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으로 유럽 전역과 미국 유통 판로를 개척하고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 마케팅 등을 적극 전개한 결과다.

유럽 전역에서 대표 뷰티 체인인 세포라, 디엠(DM), 독일 로스만, 스페인 드루니 등 굴지의 이커머스 및 리테일 채널에 입점하며 그라운드 커버리지를 넓혔다. 미국에서는 코스트코, 타겟 등 대형 유통망과 연결해 전년 대비 매출을 대폭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현지 기후와 피부 타입을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과 제품 라인업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며 글로벌 성장세를 견인했다.

향후 스킨1004는 아프리카·남미 등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뷰티 시장 성장세가 정체된 국가들보다 인구 규모가 크고 K뷰티 유입이 본격화되는 지역에서 먼저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구다이글로벌이 운영하는 ‘조선미녀’는 해외에서 먼저 성공한 뒤 한국으로 들어온 대표적인 역수출 브랜드다. ‘한방 콘셉트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독창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이 글로벌 시장에서 먹혔다.

대표 제품 ‘맑은쌀 선크림’은 미국 아마존 선케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미국, 유럽, 호주, 인도 등 전 세계 100여개국에 월 평균 200만개 이상 수출되고 있다. 백탁 현상이 적고 로션처럼 밀착되는 질감이 해외 소비자에게 호평을 얻으면서 글로벌 시장 내 경쟁 포지션을 확실히 구축했다.

지난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브랜드라는 것을 증명한다. 성공 요인으로는 SNS를 활용한 자발적 바이럴 마케팅 및 현지 뷰티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한국적 이미지에 기반한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이 꼽힌다. 최근엔 미국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와 독점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오프라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글로벌에서 성공한 소규모 K뷰티 브랜드가 강조하는 공통 키워드는 ‘로컬보다 글로벌’이다. 대기업 브랜드들이 주로 아시아 이웃 국가 중심으로 확장하는 반면 중소·인디 브랜드는 초기 단계부터 북미·유럽과 같은 경쟁 강도가 높은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유통 채널 역시 직접소비자(D2C) 기반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요하면서 ‘인지도보다 제품력’이라는 접근 방식을 택했다. 실제 틱톡, 아마존, 쇼피 등 글로벌 디지털 이커머스 플랫폼은 이들 브랜드의 급성장에 핵심 동력이 됐다. 이런 전략적 차별화는 과거 로컬 중심이었던 K뷰티 확산 구조를 한 단계 전환시켰다는 평가다.

SNS 인플루언서와 UGC(유저 생성 콘텐츠) 기반 바이럴 마케팅에 집중한 점도 특징이다. 전통 광고 대신 소비자 주도형 확산 전략을 취하면서 해외 MZ세대 소비자를 빠르게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K뷰티의 해외 성장 동력은 가격 경쟁력이 아닌 제품 혁신력과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포스트 대기업 K뷰티 시대’의 신호로 분석한다. 글로벌 소비자는 더 이상 특정 국가 브랜드 인지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개별 브랜드 콘셉트와 제품 완성도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K뷰티 신생·중견 브랜드들이 대기업 중심의 글로벌 뷰티 시장 내 권력 분포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K팝, K콘텐츠의 글로벌 붐 속에서 K뷰티는 신흥 브랜드들에게도 전례 없는 기회가 열려 있는 상태”라며 “국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다진 후 해외에 도전하는 전통적 확산 구조에서 벗어나 지난 수년간 글로벌 초기에 자리 잡은 브랜드들이 이제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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