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제 원두 가격 고공행진..이상기후 속 작황 부진 원인
7·8월 커피 소비자 물가 오름세 지속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올해부터 가격인상 단행
손님 '눈치'보는 영세 자영업자..수익성 악화 속 '울상'
국제 원두 가격이 나날이 치솟으며 향후 커피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2025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2'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커피를 시음하는 모습./연합뉴스.

|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국제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국내 커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소규모 카페들은 수익성 악화로 폐업률이 늘고 있어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기준 아라비카 원두는 톤당 8748.96달러로 전월 대비 16.17%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연평균으로 아라비카원두는 2023년 톤당 3801달러에서 올해 7863달러로 급등했다.

수입 대금도 크게 증가했다. aT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두 수입량은 10만255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5% 늘었다. 수입액은 8억6626만 달러(약 1조2055억원)로 53.9% 증가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원두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원두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은 지난해 가뭄과 서리로 작황 나빠진 상태다. 베트남 역시 가뭄과 폭우로 작황이 악화됐다.

원두 가격 상승으로 커피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7월 커피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9% 올랐다. 8월 들어서도 전년 동월 대비 14.6% 오르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미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는 국제원두 가격 급등을 이유로 올해부터 가격을 인상해왔다. 스타벅스 코리아, 할리스, 폴바셋,파스쿠찌, 컴포즈커피, 메가커피, 빽다방, 투썸플레이스 등 대다수의 커피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렸다.

문제는 저가 커피 시장과 영세 카페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장기계약·대량구매로 가격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소규모 카페는 원두 유통사에서 직접 소량 구매해야 해 마진율이 낮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원두 가격이 계속 올라 걱정” “좋은 원두를 쓰고 있는데 더 오를 걸 생각하면 막막하다”는 등 한탄이 잇따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영세한 자영업자의 경우 수익성 악화에 더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장기계약과 대량 구매로 가격 부담을 조금이나마 상쇄하는 데 반해 소형 카페는 구매 규모나 유통망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직접 로스팅을 하는 핸드드립 카페의 경우 브라질 생두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고전 중이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핸드드립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브라질 생두 가격 급등으로 블렌딩 비중을 줄이고, 대신 스페셜티 생두 비율을 높여 프리미엄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며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형 카페는 가격 인상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렵다. 장기화된 고물가로 소비자의 지출 저항이 커진 데다, 최근 경제 유튜버 슈카가 990원 소금빵을 선보이며 기존 제과·커피 가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부담이다. 커피가 빵과 함께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 전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가커피나 소형 카페의 경우 수익을 내기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원두 가격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판매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폐업 증가세도 확인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커피음료점 수는 9만5337개로, 전년 동기 대비 743개 줄었다. 커피전문점 수가 2018년 4만여 개에서 2024년 9만6000여 개로 불어난 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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