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폐교, 교육과 지역 상생 모델로 확산되며 새로운 가능성 제시
왼쪽위쪽부터 김천어모초등학교, 안동화남초등학교, 영천 자천중학교, 울릉중학교 태하분교장(3장). 사진=경북교육청 제공
왼쪽위쪽부터 김천어모초등학교, 안동화남초등학교, 영천 자천중학교, 울릉중학교 태하분교장(3장). 사진=경북교육청 제공

| 한스경제=손철규 기자 | 경북교육청은 폐교를 단순한 교육 기능 상실 공간이 아닌, 지역 발전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새로운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임종식 교육감은 "폐교가 지역사회 여러 주체와 협력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교육과 지역이 상생하는 길"이라며 폐교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북교육청은 폐교 활용을 위해 외부 주체와의 협력을 모색하며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왔다. 폐교 매각이나 대부 추진 시 지역 주민의 50% 이상 동의를 얻는 원칙을 준수하며, 장기 미활용 폐교는 일반 입찰을 통해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의 폐교는 접근성 및 입지 여건 불리, 건물 노후화, 안전사고 및 우범지역화 우려, 관리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과의 대부 및 매각을 통해 지역 복지와 공공 목적에 기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폐교 활용의 대표적인 우수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곳들이 있다.

▷ 김천 어모초등학교 : 2007년 폐교된 어모초등학교는 김천시와의 대부 계약을 통해 2008년부터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중증장애인 자립지원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직지사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며, 학교 건물은 장애인과 가족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화장실 및 급식실 개선, 장애인 차량 지원 등 복지 여건이 향상되었으며, 운동장에는 '나눔의 숲'을 조성하여 주민들에게 산책로를 제공하는 등 지역과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  안동 화남초등학교 : 1995년 폐교된 화남초등학교는 2020년부터 한국농림시스템이 대부받아 농업기술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야생동물 퇴치 교육, 농기계 개발 및 실습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며, 농업인들의 지식 공유와 기술 전수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경제성 있는 퇴치 장비 개발 및 보급을 통해 농가 피해를 줄이고 소득 증대에 기여하며 지역 농업 발전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  영천 자천중학교 : 2016년 폐교된 자천중학교는 영천시가 매입하여 '보현산 녹색체험터'로 재탄생했다. 본관은 사무실, 그린 도서관, 편백 놀이터, 그린카페 등으로 꾸며졌으며, 야외에는 짚라인과 녹지공간을 갖춘 놀이시설이 들어섰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체험관과 디지털 추억교실 등을 운영하며 과거 학교의 추억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칠곡 기산초등학교 : 1999년 폐교된 기산초등학교는 2001년부터 경북과학대학교가 운영 주체가 되어 '전통문화예술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금속공예, 목공예, 두부·떡 만들기, 사물놀이 등 30여 개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교과과정과 연계한 교육 활동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대구U대회 한국문화 체험 코스로 지정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학교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전통문화 확산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 울릉중학교 태하분교장 : 2010년 폐교된 태하분교장은 울릉군이 매입하여 2017년 '수토역사전시관'으로 재탄생했다. 총 192억 원을 투입한 4층 규모의 전시관은 조선시대 울릉도 관리 제도였던 수토제를 주제로 꾸며졌으며, 수토사와 수행원들이 타고 다니던 수토선을 실물 크기로 재현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관은 울릉도 개척사 전시실, 디지털 영상관, 체험형 전시물을 통해 수토제를 시각화하고 울릉도의 개척과 수호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울릉도의 대표 관광명소이자 학생들의 살아있는 역사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는 울릉도의 정체성과 개척 정신을 되새기는 자긍심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폐교가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맞춤형 활용 방안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때 멈추어 있던 공간이었던 폐교는 이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 동력, 협력과 상생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앞으로도 폐교 재산의 매각과 대부를 통해 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발전을 이끄는 모범적 상생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버려진 공간에서 다시 태어나는 희망의 터전'이라는 비전을 실천하며 폐교를 지역 재생과 미래 세대 교육을 잇는 든든한 연결고리로 만들어갈 것이다.

손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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