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무주)=신희재 기자 | "난민 선수들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로 (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으면 한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지난달 무주에서 열린 2025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난민 선수단은 무주 대회에서 메달리스트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선수 5명과 코치 2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WT와 태권도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태권도 종주국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13일부터 25일까지 훈련 캠프에 참여했고, 28일부터는 나흘간 무주 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선보였다.
WT는 태권도의 세계화를 기치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난민에 대한 관심이 단연 남다르다. 지난 2016년 태권도박애재단을 설립해 요르단 등 여러 국가에서 태권도 아카데미를 운영, 태권도를 통한 난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WT의 도움을 받은 난민 태권도 선수들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키미아 알리자데는 16강전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린 영국의 제이드 존스를 격파해 큰 관심을 받았다.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선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자키아 쿠다다디가 난민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해 전 세계 난민과 장애인에게 희망을 안겼다.
조정원 총재는 3년 뒤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난민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남기길 응원했다. 그는 "이들이 세계대회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며 "난민 선수들은 경기 출전 경험이 부족한데, 국제대회가 있을 때 조직위원회와 소통해 가능한 많은 선수들이 훈련과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고 설명했다.
난민 선수단은 일제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던 이란 출신의 하디 티란발리푸르는 "태권도를 언어로 이탈리아에 정착했다. 태권도는 내게 큰 의미를 지닌다"며 "LA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전 세계 1억 명의 난민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룬디 출신으로 르완다에 거주 중인 가이 게를린 루쿤조는 “태권도 전문가들과 교육하고 훈련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앞으로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더 큰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고마워했다.
조정원 총재는 내년에 태권도박애재단 10주년을 맞아 큰 규모의 행사를 준비 중이라 밝혔다. 그는 "태권도가 좋은 일을 하는 게 세계적으로 알려지면 한국의 자랑이 될 것"이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신희재 기자 gale032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