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두일 기자 | 폭염 속에서도 서울 곳곳에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반면 수원화성은 세계문화유산임에도 편의시설 부족으로 관광객들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본보 보도 이후 일부 정비에 나선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안내 체계와 편의시설의 미비점이 추가적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관광상품화 및 대외적인 이미지 확산에 취약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보도에서 지적됐던 지난해 폭설로 피해를 입고 9개월 넘게 방치돼 있던 팔달산 성곽길 고사목은 최근 제거됐다. 성곽길 곳곳에서 흉물처럼 서 있던 말라 죽은 나무가 치워지면서 안전 위험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또한 색이 바래 제 기능을 잃었던 관광안내판 일부도 새 안내도로 교체됐다. ‘종합 안내판 보수 예정’이라는 표지가 붙으며 추가 보수 계획도 공개됐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임시로 시트지를 교체했으며, 향후 문화재청 가이드라인에 맞춰 동판 안내판으로 전면 교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체감하는 편의 개선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찾은 서장대 관광안내소에서는 한 외국인 관광객이 작동하지 않는 자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매점은 문을 닫아 있었고, 물이나 음료 한 병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아일랜드 관광객은 “풍경은 아름답지만 물이나 맥주 한 잔 구하기조차 힘들어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호주인 관광객은 “세계유산답게 관리가 잘 되어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기본 시설이 부족하다”고 아쉬워 했다.
세계인이 찾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남긴 이 경험이 수원화성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각인시킬지는 뼈아픈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세계문화유산 관리가 단순히 유적 보존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세계유산은 건축물 보존뿐 아니라 방문객 안내와 편의 제공까지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다면 이는 도시 이미지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매년 수백만 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찾는다. 그러나 ▲자연환경 관리 부실 ▲낡은 안내 체계 ▲편의시설 부족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보도 이후 수원시가 빠르게 대응했지만, 단편적 보수에 그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는 “세계유산답게 지속 가능한 관리·운영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두일 기자 tuilki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