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원화 연동 디지털화폐 제도화 추진
빅테크•게임사 '선점 경쟁' 치열
한류 콘텐츠 중심 '원화 경제권' 구축
2024년 스테이블 코인 사용처별 거래액 비중 /유안타증권
2024년 스테이블 코인 사용처별 거래액 비중 /유안타증권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국내 금융·IT업계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앞두고 사업 전략 재편에 나서고 있다. 기존 시스템의 복잡한 환전 과정과 높은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28일 유안타증권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나서면서 핀테크·게임·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핀테크·이커머스, 수수료 혁명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변화의 바람을 타고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KRW 관련 상표권 18건을 특허청에 출원했고,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KRWTOSS, TKRW 등 24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네이버페이 운영사 네이버파이낸셜도 KRWZ, NPKRW 등 9건의 상표를 출원하며 선점 경쟁에 가세했다.

조혜빈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업계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압도적인 비용 절감 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외송금의 경우 은행을 통하면 건당 5000~8000원의 전신료와 2~3%의 환전 수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송금 수수료를 90% 이상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 송금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경우 연간 최대 1억달러(약 134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같은 효과는 이커머스 업계의 해외 진출 가속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쿠팡, 11번가,  네이버쇼핑 등 주요 플랫폼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해외 소비자들이 복잡한 환전 과정 없이 직접 원화로 한국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 소비자가 10달러 상품을 구매할 때 환전 및 결제 수수료로 1달러 가까이 지불하던 것이 0.1~0.5달러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마이크로페이먼트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네이버페이는 이미 업비트와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결제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관계자는 "세부적인 계획은 법과 제도가 마련되면 함께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스도 최근 내부 디지털자산 TF를 신설하고 '무역송금용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실물 금융 연계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4시간 실시간 글로벌 송금이 가능해지는 것도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 며칠씩 걸리던 국제송금이 몇 분 내로 완료되면서,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라이브 이벤트에서 즉석 구매가 가능해진다. 

국내 주요 핀테크 및 결제 대행사들의 2024년 기준 실적 및 현황 비교. /유안타증권
국내 주요 핀테크 및 결제 대행사들의 2024년 기준 실적 및 현황 비교. /유안타증권

◆ 게임·콘텐츠, 한류 중심 원화 경제권 구축

이런 핀테크 분야의 변화 못지않게 게임·콘텐츠 업계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넷마블도 본격적인 스테이블코인 사업 검토에 들어갔다. 넷마블은 자회사 마브렉스를 통해 최근 토스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논의하는 미팅을 가졌다.

한 발 더 나아가 넥써쓰는 한발 앞서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의 BNB체인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x를 등록하고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향후 달러·유로·엔화 연동 코인도 순차 발행할 계획이다.

넥써쓰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체 블록체인 크로쓰(CROSS)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부터 결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종합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넥써쓰는 KRWx 외에도 USDx(달러), JPYx(엔), EURx(유로), HKDx(홍콩달러) 등 주요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BNB체인에 발행하고 상표권을 출원했다.

장현국 넥써쓰 대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통합돼 즉시 활용이 가능하며, KRWx는 규제 절차를 거쳐 정식 출시될 예정"이라며 "블록체인 기반 발행·소각 구조와 수수료 없는 결제 기능을 자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 점은 넥써쓰가 관계사 오픈게임파운데이션을 통해 크로쓰x페이(CROSSxPay) 상표권을 출원하며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 플랫폼을 넘어 실생활 결제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조 연구원은 "게임업계가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글로벌 확장성 때문"이라며 "기존에는 게임 내 결제나 리워드 지급 시 각국 통화로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높은 수수료가 부담이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게임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아이템의 NFT화나 토큰 이코노미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에 NHN의 핀테크 자회사 NHN KCP도 동참했다. KRWPS, KSKOR 등 11종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도 출원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NHN이 모바일 포커 게임 등에서 실험한 가상자산 연계 보상 시스템을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류 콘텐츠 산업에서는 원화 중심 글로벌 경제권 구축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 한류의 총 경제 효과는 390억달러에 달하며 K-콘텐츠 수출이 133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전 세계 K팝 팬들이 환율 변동 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조혜빈 연구원은 "무엇보다 K팝·웹툰·드라마 등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용 할인이나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원화 기반 팬 경제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이미 "K팝, K웹툰 등 콘텐츠 산업에서 코리안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3달러짜리 디지털 포토카드 구매에 2달러 수수료를 내던 상황이 0.1달러로 줄어들면서 소액 콘텐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개발도상국 팬들의 경제적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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