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2024 한국 스코어카드' 발간
국내 화석연료 보험 규모 182조원…신재생에너지 25조원에 불과
예외 조항으로 리스크 지속, 기존 사업 철수 계획 및 석유·가스 정책도 미흡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27일 국내 보험사의 화석연료 정책을 평가한 '2024 한국 스코어카드'를 발간했다. 이번 평가에서 국내 보험사들의 기후리스크 관리가 국제 기준보다 현저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27일 국내 보험사의 화석연료 정책을 평가한 '2024 한국 스코어카드'를 발간했다. 이번 평가에서 국내 보험사들의 기후리스크 관리가 국제 기준보다 현저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

|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기후리스크 관리 수준이 글로벌 기준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7일 국내 보험사의 화석연료 관련 정책을 평가한 ‘2024 한국 스코어카드’를 발간했다. 평가 결과 국내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0.9점에 그쳤다. 반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 10곳의 평균은 4.7점으로 집계돼 격차가 뚜렷했다.

스코어카드는 보험사의 화석연료 관련 정책과 기후리스크 대응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업 프로젝트에 대한 언더라이팅 및 자산운용 제한 정책 여부 ▲탈화석연료를 목표로 한 단계적 축소 계획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수립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 분석했다.

이번 한국 스코어카드는 금융감독원과 김현정 국회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10개 주요 보험사를 평가했다.

◆국내 보험사, 일부 개선에도 ‘하위권’

국내 보험사의 평균 점수는 언더라이팅(보험 인수 심사) 1.0점, 자산운용 0,8점으로 10점 만점에 평균 0.9점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2.0점으로 가장 높은 전수를 받았고, 롯데손해보험(1.4점), 한화손해보험(1.3점)이 뒤를 이었다. 코리안리재보험은 0.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확인됐다. 삼성화재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신규 화석연료 전체에 대한 제한 정책을 수립하는 등 정책을 마련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롯데손보와 한화손보 역시 석탄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하는 정책을 도입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국내 보험사들은 기후리스크를 인식해 정책을 구축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국제 기준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했다.

국내 주요 보험사별 점수 및 순위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국내 주요 보험사별 점수 및 순위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석탄 사업에 예외 조항·철수 계획 無…대응 신뢰성 ‘흔들’

국내 보험사들은 신규 석탄발전소만 제한하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정책을 적용하고 있어 기존 고객이나 기업 전체에 대한 보험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제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다수 금융기관이 석유와 천연가스까지 포괄하는 화석연료 정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반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신규 계약뿐 아니라 기존 보유분까지 포함해 석탄·석유·가스 전반의 밸류체인 전체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탈화석연료 정책을 시행하며 고객이나 기업 단위로 제한을 적용해 전체 포트폴리오 수준에서 전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예외 조항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10개 보험사 모두 신규 석탄 언더라이팅 제한 정책을 보유하고 있으나, 6곳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헤지(Hedge) 목적의 위험 분산이나 기존 계약 유지를 이유로 운영보험, 기존 계약의 증액·연장, 부속 설비 공사 등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석탄 제한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ᄄᅠᆯ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기존 석탄 보험 인수 건에 대한 철수 계획이나 단계적 축소 로드맵도 마련하지 않아 알리안츠(Allianz), 악사(AXA) 등 글로벌 선도사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2030년, 전 세계 기준인 2040년까지 탈석탄 기한을 설정하는 것과도 명확한 대비를 보였다.

강윤서 KoSIF 연구원은 “국내 보험사들의 기후리스크 대응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발전용뿐 아니라 야금용 석탄 등 석탄 정책 범위를 확대해 고탄소 산업군 사각지대 해소, 석유·천연가스 포함 전방위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구체적인 지속가능한 에너지 투자 목표 설정,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계획 수립 및 공시 등의 정책을 통해 구조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긱나별 화석연료 보험 잔액과 신재생에너지 보험 잔액 추이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긱나별 화석연료 보험 잔액과 신재생에너지 보험 잔액 추이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손실 확대에도 화석연료 지원 ‘매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보험업계는 지난 20년간 기후변화로 약 6000억달러(약 837조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국내 피해도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대표적 재해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 지급액은 2023년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조17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국내 보험사의 화석연료보험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화석연료 보험 잔액은 182조7000억원으로, 2024년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30.7% 늘어나 탈석탄 정책 기조와 괴리를 드러냈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같은 시점 국내 보험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제공한 보험 보장의 규모는 24조8000억원으로 화석연료 보험 잔액 대비 13.6%에 불과했다.

또한 화석연료금융에서 빠져나온 투자 자금이 재생에너지로 이동하지 않고 있어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자산 재배분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금융배출량 및 보험배출량을 포함한 구체적 감축 목표나 단계적 철수 계획이 없는 것을 꼽았다. 실제로 국내 보험사 중 금융배출량을 반영해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한 기관은 세 곳에 불과하다.

강 연구원은 “보험사 전체 탄소배출량의 90% 이상이 금융 배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를 반영하지 않은 탄소중립 목표로는 실질적인 넷제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온실가스 감축 차원을 넘어 기후 정책 강화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자산 리스크로부터 보험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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