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회사’에 쏠리는 시선…배당정책·지배구조 압력 관심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한솔케미칼 지배구조 변화 양상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이 지분 일부를 장외 매각하며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지분 매각 배경에는 자사 유동성 확보와 일부 채무 상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국민연금이 향후 ‘조용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동혁 회장은 보유한 한솔케미칼 지분 2.74%(31만주)를 매각했다. 인수자는 GS그룹이며 인수가는 550억원이다.
한솔케미칼 관계자는 “GS는 국내 대표적 정유·화학 기업으로 평소 스페셜티 케미칼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번 인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GS 관계자도 “대주주 쪽에서 현금이 필요하다며 지분 인수를 요청해 응했다”며 “GS도 미래 성장 분야 투자를 진행해왔는데 정밀화학 분야에도 관심이 있어 마침 제안 받고 단순 지분 매입 차원에서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 지분 매각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한솔케미칼 지분율 13.34%로 최대주주가 됐다. 반면 조 회장 지분은 8.91%(101만주)로 낮아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보유 지분을 담보로 농협은행,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약 600억원 규모 대출을 받아왔다.
매각은 유동성 확보 또는 개인 채무 상환을 위한 자산 정리 일환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 보유 성향 투자자를 직접 모색하는 등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하며 한솔케미칼 지배구조는 개인에서 기관 중심으로 전환됐다. 특히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등장한 점은 단순한 지분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단기 이익보다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을 둔 ‘정책형 주주’에 가까워서다.
최근 국민연금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에 기반한 주주권 행사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 대상 배당 확대 요구, 이사회 독립성 확보, 경영 투명성 제고 등 전략적 개입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솔케미칼도 그 범주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회장이 여전히 8.91%의 지분을 갖고 있어 경영권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최대주주 지위를 잃은 만큼 이사회 구성이나 의사결정 영향력은 제한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그리고 GS 측 전략적 관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공시를 단기적 주가 변수보다 중장기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국민연금이 침묵 속에서 어떤 주주권을 행사할지, ‘주인 바뀐 회사’ 전략은 어떻게 조정될지 등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한솔케미칼 경영 추이는 비교적 원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솔케미칼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액 2219억원, 영업이익 485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1%p, 39%p 성장했다.
부문별로 보면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파운드리 물량을 중심으로 전반적 회복세를 보였다. 광물 추출, 폐배터리 재사용 등에 드는 이차전지향 물량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핵심 원재료인 LNG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지분 변동은 단순 내부 지배구조 변화라기보다 기관 견제와 감시가 시작되는 ‘무언의 압력’으로 읽힌다”며 “향후 배당 정책, 내부통제 구조, 이사회 독립성 등에서 국민연금의 실질적 입김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