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사상 최초의 외국 태생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 /옌스 카스트로프 인스타그램
한국 축구 대표팀 사상 최초의 외국 태생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 /옌스 카스트로프 인스타그램

|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한국 축구 대표팀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홍명보(56) 대표팀 감독은 9월 미국 원정 평가전 명단을 발표하며 사상 최초로 외국 태생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를 발탁했다. 동시에 주장 손흥민(33·LAFC)의 역할 조정 가능성도 언급하면서 대표팀 운영 방식 전반에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카스트로프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 연령별 대표팀을 꾸준히 거쳤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절차를 통해 대한축구협회(KFA) 소속으로 전환했다. 카스트로프는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꾸준히 성장, 검증받은 강한 압박과 터프한 플레이가 장점인 수비형 미드필더다. 홍명보 감독은 카스트로프를 두고 “젊지만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한국 대표팀 합류 의지가 강했고 책임감을 높게 평가했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KFA 제공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KFA 제공

전문가의 시각도 비슷하다. 김대길(59) KBS 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은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카스트로프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상대를 거칠게 압박하며 후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선수”라며 “대표팀이 최근 중원 압박이 약해 실점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 부분에서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자원들과는 스타일이 달라 전술적 카드로 쓰일 수 있다”면서도 “한국 대표팀 문화와 언어 환경에 잘 녹아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어권 배경인 카스트로프가 한국 선수들과 얼마나 빨리 소통하고 융화되느냐가 그의 가치를 결정짓는 또 다른 관건이라는 의미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주장직 변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홍명보 감독은 “주장을 당장 바꾸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팀과 개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흥민은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최근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로 이적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다.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경기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대길 위원은 “손흥민은 여전히 대표팀의 대체 불가 자원이다. 다만 나이와 소속팀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하면 주장 역할이 경기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오히려 경기력에만 집중하도록 배려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주장을 다른 선수에게 맡기면 손흥민을 풀타임보다 ‘조커’ 카드로 활용하는 선택지도 생긴다”며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체력과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플랜B’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LAFC 손흥민이 환하게 웃고 있다. /LAFC 페이스북
LAFC 손흥민이 환하게 웃고 있다. /LAFC 페이스북

카스트로프의 합류는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해외에서 성장한 한국계 선수들에게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미래 자원 발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김대길 위원도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유망주들이 적지 않은데, 이번 발탁은 그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라며 “대표팀 차원에서도 이제는 이런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주장직 문제는 세대교체와 리더십 재정립을 고민하는 대표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결국 9월 미국 원정은 단순한 평가전을 넘어선다. 새로운 자원의 가능성과 리더십 구도의 변화를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으로, 미국(7일 오전 6시)과 멕시코(10일 오전 10시)를 상대하는 2차례 경기가 홍명보호의 미래 청사진을 드러낼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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