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 공략 본격화…KOSA ‘일본 진출 협의회’ 발족, 新 성장 기회 모색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23일 한일 정상회담과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연달아 열며 한미일 인공지능(AI) 협력 강화를 공식화했다. 업계는 한미일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세 나라가 경쟁 구도로 맞붙을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전문경영인 16인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참석해 AI·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 협력을 위한 총 200조원(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한국 기업인들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미르 사맛 구글 사장, 제이슨 권 오픈AI CSO 등 미국 기업인들이 참석해 에너지 문제 해결과 제조업 첨단화 등 AI 시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AI,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공동 연구개발(R&D)과 기술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4월 보고서를 통해 “한미 간 긴밀한 AI 기술 협력은 양국 국가안보 전략과 동맹 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 역시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협력할 만한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뿐”이라며 “GPU와 글로벌 인재가 집중된 미국은 한국에 핵심 자원 공급처이자 동시에 AI 수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언젠가 미국을 넘어야 하지만 당장은 미국의 리소스를 저렴하게 확보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적화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이 독자적 역량을 토대로 협력과 경쟁을 병행할 구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AI 협력은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뉴욕대와 함께 출범한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은 양국 학계·산업계 공동연구의 교두보로 자리잡고 있으며 카이스트와 MIT는 AI 로보틱스를 적용한 청정에너지 소재 설계 및 자율주행 실험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7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AI 액션플랜’은 AI 소프트웨어부터 반도체·서버 같은 하드웨어까지 동맹국 중심으로 수출해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미국 중심 생태계가 구축되면 국내 기업들이 플랫폼 하위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소버린 AI’ 전략과의 충돌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본과의 협력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GPU를 대량 확보해 외국 기업에 공급하며 AI 인프라 요충지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전환조차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일본은 IT 인프라와 데이터, 인재에 부족함을 겪고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이런 일본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본다. 최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사업에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생존한 업스테이지는 3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인력 채용에 나섰다.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으로 업계 주목을 받는 리벨리온도 일본 도쿄에 첫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최 교수는 “일본은 현재 한국의 마켓이지 경쟁자가 아니다”라며 “한국은 통신사·금융사 데이터가 모두 디지털로 축적돼 있는 반면 일본은 라인 외 뚜렷한 플랫폼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는 사실상 일본을 ‘아시아의 AI 허브’로 낙점했다. AI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 2032년까지 최대 30%의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데이터센터 건설 시 최대 450억엔(약 4428억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하는 등 일본 정부의 진흥책 덕분이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가 늘고, 기업의 AI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본은 AI 스타트업에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AI 실력이 미진한 일본이 지난해 라인·야후 사례처럼 한국 기술력을 넘볼 가능성도 우려된다. 라인·야후 사태는 네이버가 일본 사업을 합작사에 넘기면서 한국 기술력이 소프트뱅크 중심의 일본 자본에 사실상 흡수된 사건을 말한다. 일본은 자국 내 부족한 데이터·인재를 해외에서 조달하려는 전략을 펼친바 있어 스타트업의 기술과 서비스가 손쉽게 흡수될 위험이 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