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변동성 해소 RLUSD 출시···일본 SBI와 협력, 아시아 공략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글로벌 블록체인 결제업체 리플이 기존 가상자산 XRP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전통 금융기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리플은 XRP를 앞세워 은행권 공략을 시도해왔지만 가격 변동성 문제로 보수적인 금융기관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리플이 내놓은 해법이 바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RLUSD(Ripple USD)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일 출시된 RLUSD는 8월 기준 총 공급량이 6억달러(약 8100억원)를 돌파했으며 특히 7월 한 달에만 27% 급증했다. 올해 누적 거래량은 이미 110억달러(약 15조 3000억원)를 넘어선 상태다.
리플이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건 투명한 준비금 관리다. 준비금 초과 보유 현황을 매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동시에 미국 공인회계사(CPA)의 월별 감사와 뉴욕주 인가 신탁회사 관리라는 이중 안전장치를 적용했다.
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규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발행사들이 준비금 운용 투명성을 높이는 추세와도 맞아떨어진다. 특히 기존 스테이블코인들이 준비금 투명성 논란에 휘말린 것과 달리, 리플은 처음부터 이 부분을 확실히 해두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서비스 연동도 눈에 띈다. 리플은 지난해 12월 17일 RLUSD를 업홀드·빗소·문페이 등 주요 해외 거래소를 통해 미주·아시아·영국·중동 지역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사의 실제 결제 서비스와 직결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리플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기업용 결제 시스템인 '리플 페이먼츠'를 통해 고객의 글로벌 결제에 RLUSD를 실제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 90개국 이상에서 700억달러(약 102조원) 이상의 결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금 관리의 철저함도 눈에 띄는데 실제로 리플 홈페이지를 보면 RLUSD 유통량은 지난 21일 기준 6억6670만달러(약 9조 2665억원)인 반면 준비금은 6억9130만달러(약 9조 6040억원)로 오히려 더 많다. 이는 발행된 모든 RLUSD에 대해 미국 달러 현금과 단기 미 재무부 증권으로 일대일 준비금을 보유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투트랙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RLUSD 신설은 XRP의 가격 변동성을 우려해온 금융권 니즈를 정면으로 겨냥한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XRP는 빠른 국제송금과 유동성 공급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지만 변동성 때문에 금융기관 도입이 어려웠다. 하지만 새 체계에서는 RLUSD가 가격 안정성을, XRP는 국제브릿지 및 유동성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아시아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면서 리플은 일본 금융 대기업 SBI그룹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아시아 진출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에는 RLUSD의 일본 유통을 위한 새로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일본 최초로 전자지급수단 교환업 허가를 받은 SBI VC 트레이드가 유통을 맡으며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이다.
이미 양사 간 협력의 토대는 탄탄하다. SBI그룹의 자회사 SBI리밋은 2021년부터 리플의 기술을 활용해 XRP 기반 국제송금 서비스를 운영해왔으며 현재 일본에서 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로의 송금 서비스에서 XRP를 브릿지 통화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3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지만, 테더의 USDT가 65~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RLUSD는 뉴욕주 금융서비스부 승인과 엄격한 준비금 관리로 규제 친화적 포지셔닝을 구축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스테이블코인 강자들인 USDC·USDT와의 치열한 경쟁,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 진행 상황 등이 최종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특히 리플이 XRP와 RLUSD라는 두 개의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조화롭게 운용하면서도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