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들도 다양한 장르의 신작으로 세계 시장 정조준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지난 20~24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Gamescom) 2025가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게임사들도 적극적으로 신작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게임스컴에는 지난해 33만5000명보다 2만2000명 증가한 총 35만7000명의 방문객이 찾았으며 72개국에서 1568개의 업체가 참가해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되는 B2B 참가자가 3만4000명으로 게임스컴 역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전시 면적도 23만3000㎡로 확장돼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게임스컴 전야제에 해당하는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 진행자 제프 케일리는 “E3는 죽지 않았다. 단지 독일로 옮겨왔을 뿐”이라며 게임스컴의 위상을 강조했다. E3는 게임업계 최대의 비즈니스 게임 전시회로 꼽혔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행사가 취소된 후 지난 2023년 공식 폐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게임스컴은 E3의 위상을 이어받아 서구권 최대의 게임쇼로 부상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영향력도 확대됐다. 게임스컴 관련 영상은 토요일 저녁까지 6억30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게임스컴이 단순한 현장 행사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전했음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게임스컴에서는 아시아권 게임사들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됐다. 중국 게임사는 지난해 40개 미만에서 올해 50개사가 부스를 운영했으며 텐센트, 넷이즈게임즈, 호요버스 등의 대형 게임사가 총출동했다. 지난해 출시돼 2000만장 이상을 판매한 ‘검은 신화: 오공’은 후속작 ‘검은 신화: 종규’를 공개하며 관심을 끌었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일본은 이번 게임스컴에서도 닌텐도가 스위치2로 주목을 받은 가운데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레지던트 이블) 레퀴엠’, ‘귀무자: 검의 길’과 코나미의 ‘사일런트 힐 f’,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 등 인기 IP의 최신작을 전시하며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전반적인 규모가 작긴 했지만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이 올해 게임스컴에 참가해 개발 중인 신작을 전 세계 이용자에게 선보였다.
크래프톤은 ONL에서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inZOI’의 신규 DLC ‘섬으로 떠나요(Island Getaway’를 공개했다. 동남아 휴양지를 모티브로 한 이번 DLC는 휴양뿐 아니라 새로운 생활 콘텐츠가 추가됐으며 맥(Mac) 버전 출시가 함께 발표돼 플랫폼 확장성을 보여줬다. PUBG 유니버스의 새로운 도전작 ‘PUBG: 블라인드스팟’도 유럽에 첫 선을 보였다. 5대5 톱다운 택티컬 슈터 장르로 기존 배틀로얄과는 전혀 다른 전략적 플레이를 제시했다.
넷마블은 Xbox 부스에서 신작 ‘프로젝트 블룸워커’를 최초 공개했다. 움직이는 집과 함께 오염된 세계를 정화한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감성 크래프팅 게임으로 환경을 테마로 한 서정적 접근이 인상적이었다. ‘몬길: 스타 다이브’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무안경 3D 체험을 제공했으며 인기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도 ONL에서 신규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글로벌 팬층의 기대감을 높였다.
엔씨소프트는 ONL에서 2종의 신작을 공개하며 서구권 시장 진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게임스컴 직전 정식 명칭을 확정한 ‘신더시티’는 23세기 미래와 21세기 현재가 공존하는 SF 세계관의 MMO 택티컬 슈터로 논현동·청담동·삼성동 등 실제 서울 지역을 게임 내에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게임스컴에서 처음 공개한 ‘타임 테이커즈’는 시간 여행자들의 팀 경쟁을 다룬 3인칭 팀 서바이벌 히어로 슈터로 시간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플레이 방식이 독특하다. 연내 스팀 플레이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 다 신작 모두 기존에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했던 게임과 차별화된 장르로 국내외 이용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갓 세이브 버밍엄’을 전시했다. 14세기 영국 버밍엄을 배경으로 한 좀비 생존 액션전략게임으로 판자촌 분위기의 독특한 세계관과 세밀한 물리 엔진이 현지 참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4월 공개한 트레일러가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는 등 이미 관심는 높은 상황이다.
네오위즈는 이번 게임스컴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안녕서울: 이태원편’이 게임스컴 2025 인디 아레나 부스 어워드에서 베스트 게임을 수상했다. 안녕서울: 이태원편은 지구 종말 세계관의 감성적 스토리를 다룬 내러티브 퍼즐 어드벤처 게임으로 한국 게임사가 거둔 유일한 수상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 외에도 펄어비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붉은사막’의 새로운 시연 버전을 전시했고 컴투스플랫폼은 B2B 관에서 하이브 플랫폼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을 원하는 개발사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한 16개 인디 게임사들도 한국공동관 운영을 통해 한국 게임 산업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한국 게임사들은 이번 게임스컴을 통해 기존 MMORPG와 수집형 모바일게임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P의 거짓’, ‘퍼스트 버서커: 카잔’,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 유의미한 성공을 고두며 글로벌 콘솔 시장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 게임 산업이 갈수록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발굴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