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구조조정-실적 부진 앞 해법 주목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최근 2025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 ‘AAA’를 획득했다.
정유·화학 업종에서 흔치 않은 성과로 기후 변화 대응과 지배구조 개선에서 두각을 나타낸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여전히 정유와 배터리 부문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정부가 석유화학 업종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긴장이 여전하다. SK이노베이션 앞에는 ‘ESG 우등생’이란 평판과 아울러 산업 구조조정 현실 대응이란 과제가 놓여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9조3066억원, 영업손실은 4176억원으로 집계됐다.
배터리 사업은 매출 2조1077억원, 영업손실 664억원을 기록했다. 정유 부문도 정제마진 약세에 발목이 잡히며 부진했다.
업황 부진은 동종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롯데케미칼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여천NCC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돼 모기업 차원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산업 전반 체력이 바닥난 가운데 정부는 지난 20일 석유화학 분야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국내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최대 370만톤 규모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런 시점에 나온 SK이노베이션의 ESG AAA 평가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 MSCI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SK이노베이션의 개선 성과를 인정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폐기물 관리 강화, ISO 14001·45001 인증 확대, 협력업체까지 포괄하는 안전·환경 관리 체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이사회 독립성과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 반부패·윤리경영 제도 도입도 평가에 반영됐다.
AAA 등급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유력한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 연기금과 ESG 펀드가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필수적으로 참고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ESG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외 자본 유치와 녹색채권 발행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 셈이다.
다만 ESG 분야 성과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과 배터리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ESG 성과를 구조조정 국면의 방패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자구 노력을 전제로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만큼 ESG AAA라는 외부 신뢰는 ‘지원할 가치가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판의 영역으로 본업 수익성 회복과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AAA는 ‘일회성 훈장’에 그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화학 업계는 지금 거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공급 과잉 해소, 친환경 전환, 지역경제 충격 완화란 과제들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ESG는 더 이상 부수적 수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적 부진과 ESG 호평이란 상반된 상황이 기업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며 “ESG 성과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맞은 SK이노베이션 체질 개선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