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중국향 수출↑·건재한 수주 원인
“中 ‘마스가’ 견제 움직임...韓 기자재 영향 제한적”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국내 선박엔진업계가 중국향 발주 증가와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 애프터마켓(After Market) 강화 등에 힘입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 조선소에 집중된 가운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점차 수면으로 떠오를 경우 국내 선박엔진업계가 누리는 중국발 훈풍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HD현대마린엔진, 한화엔진 등 주요 선박엔진 메이커들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매출 1조9252억원, 영업이익 32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1%, 95.1% 증가했다. 2분기 실적은 매출 1조289억원, 영업이익 184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이중연료 엔진 수요 확대와 인도 물량 증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상반기 매출 1823억원, 영업이익 277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4%, 122.6%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화엔진도 매출 7059억원, 영업이익 561억원을 기록해 각각 21.7%, 47.6% 상승했다.
선박엔진업계는 글로벌 조선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 3사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이미 3년치 이상 수주잔량(일감)을 확보하면서 기자재 업체인 선박엔진 제조사들도 낙수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수년 새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면서 고부가가치 엔진 중심의 체질 개선이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강화된 규제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쓰는 이중연료 엔진 중심으로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주요 선박엔진 제작사의 매출 구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향 선박엔진 수출액은 9억달러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한화엔진은 2분기 말 수주잔고의 45%가 중국 조선사가 발주한 물량으로 채워졌고 HD현대마린엔진 역시 상반기 매출의 47%가 중국향이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제품 믹스 개선과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효과에 따라 전체 이익률은 17.9%까지 상승했다"며 "특히 중국 DF(이중연료) 엔진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최소 2028년까지 P&Q(가격과 수량) 기반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 때문에 K-선박엔진이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정학적 변수다. 한미 조선 협력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중국이 견제를 취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미국의 군사 작전에 한국 선박이 쓰일 경우 한국이 외교적 곤란을 겪을 수 있다"며 마스가 프로젝트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또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자국 방위산업에 통합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견제성 논평을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같은 분위기가 실제 한국을 겨냥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한미 조선 협력이 강화될수록 외교적 긴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마스가 프로젝트와 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를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미국이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 활용 가능성이 크고 2027년 시행 예정인 탄소 가격제가 친환경 엔진 수요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국내외 선사에 이미 납품된 현존 운항선의 엔진에 대한 애프터마켓(After Market)도 또다른 신규 먹거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화엔진은 올해 초 국내 대표 벌크선사인 팬오션과 196억원 규모의 ‘선박 엔진 장기유지보수계약(LTSA·Long Term Service Agreement)’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은 팬오션에 공급된 한화엔진 27대의 유지보수를 위한 것이며 계약기간은 올해부터 5년간이다.
한화엔진 관계자는 “최근 발주량이 급증한 이중연료 엔진에서 LTSA 수요가 크게 나오고 있다”며 “향후 LTSA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선박엔진업계는 단기적으로 중국 수요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술 고도화와 동시에 마스가 프로젝트와 IMO 규제가 던지는 기회를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업계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기자재에 대한 견제를 높여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단기적으로는 중국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고 마스가 프로젝트와 IMO 환경 규제로부터 발생하는 기회를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