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관세 등 불확실성 속 상반기 '컨' 물동량 소폭 증가
부산항 원톱 체제...인천·광양항 물동량 희비 교차
광양항 수요 대비 공급 과잉...운영사 운영권 반납
선사 유치 인센티브·환적화물 증대 과정서 '역차별'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여수광양항만공사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여수광양항만공사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올해 상반기 국내 무역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부산, 광양항의 선방으로 소폭 증가해 미국발 관세로 인한 글로벌 해상 물동량 감소 우려를 불식시켰다.

반면 비(非)컨테이너(벌크) 화물 처리 실적을 포함한 전체 항만 물동량은 2분기에도 전년 대비 2.2% 감소한 3억8776만톤(컨테이너 톤수 환산 포함)으로 집계돼 상반기를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분기 국내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826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이 기간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을 견인한 항만은 부산, 광양항이다.

2분기 부산항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643만TEU를 처리해 2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물동량을 기록했다. 전국 무역항의 컨테이너 물동량(826만TEU)의 78%를 부산항이 도맡다시피 한 것이다. 같은 기간 부산항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0.4% 감소한 281만TEU를 기록했다.

이 기간 환적 컨테이너 물동량은 5.9% 증가한 361만TEU로 집계됐다. 미국·중국 간 환적화물을 각각 8.3%, 6% 더 처리한 게 실적 성장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환적물량은 목적지로 바로 향하지 않고 중간 기착지 항만에서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컨테이너 화물을 뜻한다. 선사 입장에서는 직항 노선 개설 시 드는 막대한 초기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화주 역시 운송시간 단축과 하역비 절감 등의 측면에서 컨테이너 환적 운송을 선호한다.

항만 운영당국도 환적화물의 처리가 물동량에 포함돼 전체 물동량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항하는 선사들을 대상으로 환적물량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항의 상반기 물동량은 1268만TEU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환적 물동량은 716만TEU로 집계돼 6.8% 증가했다. 앞서 1분기에도 부산항은 환적화물 처리량이 7.8% 증가하며 분기 최고치를 경신했다.

광양항의 2분기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53만TEU를 기록했다. 이 중 수출입 물동량은 미국으로 오고 간 컨테이너 화물이 6.7% 증가했고 중국 물량도 10.9% 늘어난 것에 힘입어 10.5% 상승한 46만TEU로 집계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시아-유럽, 미주-동북아 항로 등 원양 항로를 운항하는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기항지로 광양항을 추가한 영향이 (광양항의) 수출입 물동량 증가에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환적 물동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 15.3% 감소한 6만7000TEU를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 광양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02만TEU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5% 성장했다. 광양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반기에 견실한 실적을 달성했다.

2분기 인천항은 인바운드(국내 수입)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4.3% 감소한 88만TEU(전체)를 처리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일본(-6.5%)과 베트남(-0.9%) 화물 감소의 영향으로 3.9% 줄어든 87만TEU를 기록했고 환적화물은 37.5% 하락한 8000TEU로 집계됐다.

부산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부산항만공사
부산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부산항만공사

1~2분기 연속 저조한 모습을 보인 인천항의 상반기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168만TEU로 나타났다. 이 중 수출입은 166만TEU, 환적은 1만9000TEU로 각각 5.9% 34.7% 줄었다. 1년 전 수출입과 환적화물 모두 호조를 띠며 물동량 사상 최대치를 달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국내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985년 수립된 정부의 부산항·광양항 위주 개발 정책인 ‘투포트(Two Port)’ 시스템의 결과물이자 부작용이란 지적이다. 투포트 정책은 제4차 국토 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기존의 부산항 외에 광양항을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으로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1987년 광양항 1단계 개발사업 착공으로 본격 추진된 이 정책은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하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투포트 정책은 수도권(인천)과 동·서해안 다른 항만(울산·평택)과의 기능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항만 간 경쟁 심화, 인프라 투자 중복, 물류 흐름의 비효율화 등의 구조적 문제를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부산항이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 점유율 80%에 육박한 현실에서 투포트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광양항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중점 지원·개발한 광양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5년 인천항에 추월당한 후 현재까지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인프라 투자 중복 또한 심각해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된 항만 시설로 10여년 전 광양항에서는 복수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가 누적된 화물 부족에 따른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운영권을 반납하기도 했다.

광양항의 지난 2분기 물동량이 증가한 것은 글로벌 선사들이 원양 항로의 기항지로 광양항을 추가한 것이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양항의 운영 주체인 여수·광양항만공사(YGPA)에서 글로벌 선사들의 기항을 유치하기 위해 (선사에) ‘인센티브’로 불리는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항 시 YGPA에 내야 하는 항만시설사용료 등 각종 항비 감면 등을 제시했기 때문에 수출입 물동량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선사들의 기항을 유도하기 위한 이같은 인센티브는 결국 ‘국부 유출’이나 진배없다”면서 “부산항이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80%를 독식하는 상황에서 단지 투포트 정책의 집행을 이유로 인천항보다 물동량이 적은 광양항을 부산항과 동일 선상에서 지원·투자해 온 정부의 과거 정책 접근 방식은 비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2분기 광양항의 환적 컨테이너 물동량(6만7000TEU)도 투포트 정책이 빚은 '넌센스'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양항의 2분기 전체 물동량 53만TEU는 인천항(88만TEU)보다 30만TEU 이상 뒤처져 있지만 환적화물은 1만TEU도 처리하지 못한 인천항보다 7만TEU 가까이 많다”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 정부가 부산, 광양항을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같은 값이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환적화물의 광양항 유치에 (부산항과) 유사한 방식으로 집중한 결과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항만 당국이 투포트 정책을 시행하면서 광양항의 환적화물 증대를 위해 인위적인 정책적 지원을 펼쳐왔고 이는 인천, 평택, 울산항 등 타 항만에 역차별로 작용해 왔다는 설명이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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