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태형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

| 한스경제(잠실)=신희재 기자 | 94.9%에서 68.7%, 이제 여유는 사라졌다.

프로야구 부동의 3위였던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후반 최대 위기를 마주했다. 롯데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서 2-5로 패했다.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전(5-6 패)을 시작으로 어느새 9연패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9연패를 기록한 건 2005년 6월 14일 이후 20년 2개월 5일, 날짜로는 무려 7371일 만이다.

보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psodds.com'에 따르면, 롯데는 6일 기준 무려 94.9%로 가을야구를 눈앞에 뒀다. 선두권 그룹을 4경기 차로 뒤쫓으면서 내심 3강 체제까지 바라봤다. 그러나 이후 10경기에서 1무 9패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져 20일 오전 기준 6위 KT 위즈에 1.5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58승 4무 54패로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승률 5할마저 위태로워지면서 2주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60%대까지 떨어졌다.

롯데의 부진은 공교롭게도 6일 KIA전에서 시즌 10승을 달성했던 터커 데이비슨이 팀을 떠난 뒤 시작됐다. 팬들 사이에서 '데이비슨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5일 경기를 끝으로 햄스트링을 다쳐 결장 중인 주장 전준우의 부재도 크게 느껴진다. 전준우는 현재 1군 선수단과 동행해 더그아웃에서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실전 복귀는 다음 달이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전준우가 6일 KIA전 직후 데이비슨과 포옹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전준우가 6일 KIA전 직후 데이비슨과 포옹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19일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야수들의 집단 타격 슬럼프가 연패의 원인이라 진단했다. 그는 "기존 선수들의 타격감이 워낙 좋지 않다"며 "선취점을 뽑은 경기가 거의 없었다. 선취점을 뽑으면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데 지금은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롯데는 최근 10경기 팀 타율이 0.211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이 기간 롯데 타선은 경기당 평균 2.5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특히 장타력 부재가 뼈아프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사직구장의 '성담장'을 철거하면서 팀 내 중장거리 타자들의 홈런 증가를 노렸는데, 현재까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 팀 홈런은 단 56개로 리그 최하위지만, 피홈런은 무려 100개다.

롯데는 팀 내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타자가 빅터 레이예스(10홈런) 한 명뿐이다. 나승엽(8개), 전준우(7개), 윤동희(5개) 외엔 5개 이상 기록한 타자도 없다. 지난해 선전했던 윤동희-고승민-나승엽-황성빈-손호영, '윤고나황손'이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설상가상으로 8월 들어 최다안타 1위인 레이예스까지 월간 타율 0.255로 주춤하면서 고비를 맞이했다.

결국 영건들이 터져줘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가 몇 연패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길게 가는 게 걱정스럽다"며 "젊은 선수들이 '내가 잘못해서 팀이 지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부담감을 느끼는 게 크다. 올라오는 걸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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