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수익성 높은 카테고리 강화 및 경영효율화
올해 2분기 적자 개선
| 한스경제=이현령 기자 | 11번가가 매각 불확실성에 휘말린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회사 SK스퀘어의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행사 시점이 다가오자 11번가는 장보기·패션 등 핵심 카테고리 강화에 나서며 체질 개선과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최대 주주 SK스퀘어는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콜옵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2018년 11번가는 5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투자 당시 5년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SK스퀘어가 FI의 보유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만약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FI가 SK스퀘어의 지분까지 강제 매각(드래그얼롱)할 수 있는 조건도 있었다. 그러나 11번가는 2023년 9월까지 상장에 실패했다. 이후 같은 해 SK스퀘어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11번가의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다. 2019년 이후 수익성이 악화한 점은 물론 이커머스 업계의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11번가의 명확한 인수 후보도 거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1번가는 지난해 큐텐, 오아시스마켓 등과 인수 협상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당시 양측의 매각 가격에 대한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1번가는 수익성에 집중해 기업 가치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11번가 사옥에서 올해 첫 타운홀 미팅을 열어 핵심 카테고리로 수익성이 높은 ‘마트’와 ‘패션’ 카테고리를 선정했다. 당시 안정은 11번가 전 대표이사는 “올해 오픈마켓 부문과 리테일 사업을 포함해 11번가 전체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품, 가격, 배송, 트래픽 등 이커머스 핵심 요소를 강조한 ‘성장 플라이휠의 고도화’ 전략도 공개했다. 11번가는 올해 4월 지난해부터 수익성 중심 경영을 주도한 박현수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하기도 했다.
11번가는 특히 ‘장보기’ 카테고리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통합 장보기 전문관 ‘마트플러스’를 론칭했다. 해당 전문관에 신선 식품 전문 ‘신선밥상’, 빠른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SSG닷컴의 ‘이마트몰’ 등 전문 버티컬 서비스를 모았으며 지난 7월까지 누적 구매 고객 수가 150만 명 돌파했다. 오는 9월까지 매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장보기 신선식품 3종을 할인 판매하는 ‘심야마트’도 운영한다.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무료 멤버십 ‘11번가플러스’에는 마트 혜택을 추가한 후 일평균 신규 가입 고객 수가 직전 달 대비 약 60% 이상 증가하는 등 단골도 늘렸다. 해당 멤버십은 현재 100만 명을 돌파했다.
11번가는 제철코어, 패션·뷰티 전문관 등 전문 버티컬 서비스도 꾸준히 공개 중이다. 지난 13일 공개한 제철코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끈 아이템, 이슈상품, 계절 대표 먹거리 등을 매달 새롭게 선정해 판매한다. 이달에는 컵빙수, 말차, 복숭아 등 5개 상품군을 공개했다.
수익성에 집중한 결과 11번가는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개선했다. 주력사업인 오픈마켓 부문도 17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11번가의 영업손실은 1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2% 적자 폭을 줄였다. 당기순손실도 1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 개선했다. 고객들의 방문도 늘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11번가의 평균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903만 명으로 직전 해보다 약 11만 명이 올랐다. 11번가는 앞으로도 오픈마켓 및 리테일 사업의 경영효율화를 지속할 방침이다.
11번가는 경영 효율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3차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당시 입사 1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했다. 이와 함께 희망 임직원을 대상으로 1년 무급 휴직 제도 시행도 공개했다. 앞서 11번가는 2023년, 2024년에도 두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은 만큼 인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령 기자 box091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