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수·대산산업단지 중심 실무 조율
정부차원 구조조정 대책 예정... 금융·자금·세제 등 지원 집중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정부가 국내 석유화학업계 구조적 위기 타개를 위해 정유사와 연계되지 않은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수직 통합’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나프타 공급 원가를 낮춰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업계에 구조조정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구체적인 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며 산업계와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구상 중인 통합 모델은 울산, 여수, 대산 등 3대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한 설비 공동 운영이 꼽힌다. 대표적 참고 사례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합작해 운영 중인 현대케미칼 모델이 거론된다.
해당 방식은 나프타분해설비(NCC)와 기초유분 생산라인을 공동으로 관리해 설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정부는 현대케미칼과 같은 모델을 확산시켜 설비 간 연계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다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 간 설비 운영 협의가 담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공정거래 예외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적 근거 마련이 통합 추진의 전제 조건이며 정부 차원의 일정 강제성과 인센티브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꼽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방안은 국내 석유화학산업 위기가 장기간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천NCC는 지난해 236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주요 업체들도 공급과잉과 중국·중동발(發)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앞서 지난 4월 동북아 석유화학 불황이 적어도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설비 통합 없이 개별 기업 단위 비용 절감 시도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설비 통합이 곧바로 구조적 안정을 보장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석유화학 밸류체인 전반과 지역 경제,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직접·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약 40만 명에 달하는 만큼 통합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와 감축이 단행될 경우 사회적 반발, 지역경제 위축 현상 등이 불거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고용 안전망, 지역 상생 프로그램을 포함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이번 ‘수직 통합’ 구상이 성과를 내려면 법제 정비, 재무 지원, 이해관계자 조율 등 다방면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자발적 구조조정만으로는 회생 시기를 앞당기기 어렵다”며 “정부가 실질적 인센티브와 일정 강제력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협력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