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상품·자동 이자환전 서비스 등장
|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와 함께 외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은행권이 달러를 기반으로 한 금융 상품과 혁신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 유치에 열중하고 있다. 이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 이상의 고금리 이자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통장 이자를 자동으로 달러로 환전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8월 초 기준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 외화계좌 수는 1214만2668좌로 2024년 말(958만2805좌) 대비 무리 26.7%(255만9863좌)가 증가했다.
외화예금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64억4000만달러로 5월 말에 비해 50억8000만달러가 증가했다. 거주자 외화 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 예금을 뜻한다.
8일 현재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약 612억달러로 7월 말의 592억달러와 비교해 20만달러가 증가했다.
토스뱅크가 지난해 선보인 '외화통장'이 출시 1년 6개월 만에 누적 환전액 30조원을 돌파하는가 하면 카카오뱅크의 '달러박스'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아유는 1500원을 바라보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진 가운데 연말에는 1400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이에 달러 매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통상적으로 달러예금의 경우 달러 가치가 오르면 예금 이자뿐 아니라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해외 여행객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는 4603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6%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은행권은 환테크족과 해외여행 수요를 겨냥해 다양한 외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광주은행은 최고 연 0.40%p 우대금리에 다양한 환율·수수료 우대 혜택을 담은 '텐텐(TenTen) 명중 특판 외화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최고 연 4.24%의 금리를 제공하며 예금 신규 또는 만기 해지 시 환율 스프레드 50% 우대는 물론 만기 해지 금액을 해지 당일 해외송금 시 송금 수수료 50%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SC제일은행도 최근 최고 연 4.2%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미 달러화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달러로 환전해 신규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가입 금액에 대해 95% 환율우대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외화보통예금에 보유중인 외화를 기반으로 하나증권을 통해 해외주식 매매거래 및 외화자산 관리까지 가능한 '하나 해외주식전용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를 위해 별도의 증권계좌로 외화를 이체했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하나 해외주식전용 통장'에 보유중인 외화를 통해 즉시 해외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의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체크카드'는 외화예금과 체크카드를 한 번에 가입할 수 있는 해외여행 특화 금융 패키지 서비스로, 해외 결제와 ATM 출금, 환율 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0월 15일까지 ‘글로벌주식 외화예금 환율 100% 우대’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한 밸류업(Value-up) 글로벌주식 외화예금’은 글로벌 주식투자를 원하는 고객이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의 계좌를 동시에 개설하고 해외주식 매매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상품이다.
인터넷은행은 설립 취지에 맞춰 혁신 상품을 선보였다.
토스뱅크는 통장 이자를 자동으로 달러로 환전해 외화통장에 적립해주는 '이자 달러로 모으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직접 환전 시점을 결정하고 수동으로 환전을 진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별도의 환전 과정 없이 자동으로 달러 자산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소 0.01달러(약 13원)부터 환전이 가능해 외화자산에 대한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달러박스'는 환전수수료 없이 365일 24시간 달러를 모으고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상 속에서 달러를 모으다가 여행 등을 떠날 때에는 '트래블월렛'과 연결을 통해 해외 사용도 가능하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단순 환차익만 기대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기본적으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환전 시기에 따라 환차익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금융상품과 비교해 달러상품 투자는 안전자산을 활용한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환차익은 부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은 계속 변하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에 환차익만을 생각하고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한다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점에서 적립 및 분할 매입·매도로 가입하는 게 안정적인 투자 방법이다"면서, "만기 해지시 원하는 환율이 아닐 경우 기다렸다가 원하는 환율이 됐을 때 원화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