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회성 평가서 상시 소통 전환...조직 성장 뒷받침
소통 방식 한계 여전...피드백 전달 방식 변화 시도
SBIT 원칙 기반 AI 솔루션, 실질적 행동 변화 유도
글로벌 기업들이 조직 성과와 몰입을 높이기 위해 ‘피드백 문화’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시적으로 소통과 개선이 이뤄지도록 조직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다./픽사베이
글로벌 기업들이 조직 성과와 몰입을 높이기 위해 ‘피드백 문화’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시적으로 소통과 개선이 이뤄지도록 조직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다./픽사베이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조직 성과와 몰입을 높이기 위해 ‘피드백 문화’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리자와 직원 간 소통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그 결과 경쟁력까지 강화하는 추세로 확산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93.6%가 ‘회사 및 부서(팀)에서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85.8%는 ‘적절하고 명확한 피드백은 성과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싫은 소리’나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인식(76.8%)과 피드백 자체를 어렵게 여기는 경향(72.9%)이 여전하다.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은 ‘한국에서 피드백 문화가 안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답했다. 상사는 표현상 문제로 솔직한 지적을 부담스러워하고 팀원은 이를 방어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장벽이 뚜렷하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비대면·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메신저나 이메일 같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말투나 뉘앙스가 잘못 전달돼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피드백 문화를 재설계하고 있다. 일회성 평가나 연말 면담에서 벗어나 상시적으로 소통과 개선이 이뤄지도록 조직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인텔은 CFR(대화·피드백·인정) 시스템을 도입해 관리자가 팀원과 정기적으로 대화하며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도록 장려한다. 프로젝트 종료 시 팀원 간 ‘피드백 세션’을 마련해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고 관리자와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개선점을 찾는다. 이를 통해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해지면서 직원 참여와 몰입도가 뚜렷이 강화되고 조직 내 신뢰도도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CFR 도입은 동기 부여와 동시에 직원 이직률까지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립부 탄 인텔 CEO는 “혁신을 가로막는 관성과 느린 의사결정 구조를 깨고 엔지니어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피드백 중심 문화를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내부 임직원 성과뿐 아니라 고객 중심으로 피드백을 받아 제품과 조직 전반을 혁신하는 시도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전통적인 연례 평가를 폐지하고 상시 피드백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소프트웨어 코드 리뷰 같은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품질을 높이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켰다.

최신 코파일럿 튜닝 등 AI 협업 도구를 활용해 개개인의 업무 상황과 조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피드백을 수집, 분석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했다. MS 팀즈 같은 대표적인 업무 협업 툴 역시 디지털 업무환경에서의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즈는 ‘칭찬하기’ 기능이나 간단한 이모지를 통해 부담 없이 팀원 간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도록 도우면서 자연스러운 소통을 촉진한다. 

이런 사소한 피드백은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팀이 일상적으로 소통하며 협력과 신뢰를 쌓아가는 기반이 된다. MS는 새로운 AI 에이전트와 피드백 시스템을 대규모 도입해 내부 의사소통의 질과 신속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과 협업 도구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회성에 그치거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조직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소통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일방적 지시나 평가가 여전히 주를 이루는 한국 기업 문화에서 실효성 있는 피드백 문화가 뿌리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HR 테크 기업 스펙터는 보다 상시적이고 구조화된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근 AI기반 피드백 활성화 앱 ‘리나(LINA)’를 선보였다. 리나는 사용자가 음성으로 남긴 피드백을 AI가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를 SBIT(상황·행동·영향·기대) 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하도록 설계됐다. 단편적 피드백을 넘어 구체적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세대 간 소통의 간극을 보완하는 동시에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해 구성원의 실무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리나는 피드백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정제한다. 사용자가 녹음한 피드백이 문장으로 전환될 때 중간에 끊긴 표현이나 감정적인 어투는 맥락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며 언제·무엇을·왜·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따뜻하게’, ‘담백하게’, ‘강력하게’ 등 상황과 감정에 적합한 말투를 선택할 수 있어 의도한 뉘앙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리나는 실명 기반 피드백 방식을 적용해 무책임한 비난을 줄이고 상호 존중과 책임을 전제로 한 신뢰 기반 소통을 촉진한다. 구성원 간 피드백이 투명하게 오가는 업무 환경은 팀워크를 강화하고 조직 전반에 상시적인 소통 문화를 자연스럽게 정착시킬 수 있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키고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조직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펙터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슬랙 등 협업툴과의 연동은 물론 메시지 기반 피드백 분석 기능까지 개발 중이다. HR팀이나 조직 리더는 팀 내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피드백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다.

윤경욱 스펙터 대표는 “피드백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팀원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를 위해 나누는 건설적인 대화여야 한다”며 “리나는 AI를 통해 피드백을 행동 변화로 이어지도록 설계해 궁극적으로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과 건강한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기반 피드백 솔루션 도입 기업들은 실시간 피드백이 동기 부여와 몰입도 개선, 이직률 감소, 조직 문화 혁신 등 다양한 긍정 효과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CFR이나 AI 피드백 앱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구성원의 역량 강화, 신뢰 기반의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 업무 효율성 향상, 직접 대화 및 긍정 피드백 등이 실질적 수치로 확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HR 전문가는 “‘피드백 솔루션’은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및 정착 프로그램, 리더십의 솔선수범 등 문화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하다”며 “한국에서도 AI 등 기술을 발판 삼아 점진적으로 조직 내 피드백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맞춤형 솔루션의 도입과 현장 적용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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