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선수단이 레바논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유기상(가운데)을 축하하고 있다. /FIBA 제공
대표팀 선수단이 레바논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유기상(가운데)을 축하하고 있다. /FIBA 제공

|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 전 대회 우승팀과 준우승팀이 속한 죽음의 조를 2위로 통과했다. 대한민국 남자 농구가 국제대회에서 돌풍을 예고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11일(한국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레바논을 97-86으로 완파했다. 전 대회 준우승팀인 레바논을 맞아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승리했다. 앞서 호주에 61-97로 패했던 한국은 카타르를 97-83으로 제압한 뒤 2연승을 내달리며 A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이날 한국은 핵심 전력인 포워드 여준석과 가드 이정현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대회가 중동 지역에서 열려 관중 대부분이 레바논을 응원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그럼에도 3점슛 38개 중 22개(성공률 57.89%)를 성공한 '양궁 농구'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나란히 28점을 올린 유기상과 이현중이 각각 3점슛 8개와 7개를 성공해 공격을 이끌었다. 여기에 높이 열세에도 골밑을 사수한 이승현, 끈적한 수비를 펼친 정성우 등 남은 10명이 모두 제 역할을 해내며 '원팀 코리아'의 힘을 보여줬다.

안준호 감독. /FIBA 제공
안준호 감독. /FIBA 제공

경기 후 안준호 감독은 "한국만 할 수 있는 경기를 했다. 40분 내내 쉴 틈 없이 압박 수비와 빠른 전환을 통해 3점슛 22개를 성공한 게 우리가 추구하는 농구다"라며 "주전 2명이 빠졌으나 오늘 새롭게 선발로 나선 김종규, 문정현, 양준석이 경기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 특히 양준석은 리딩 가드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했다. 그 외 선수들도 코트에 나가면 임무를 100% 수행해 고무적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수훈 선수로 함께 참석한 유기상을 지목하면서 "카타르전 3점슛 7개, 레바논전 8개를 꽂았다. '눈꽃 슈터'가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슈터'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현중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FIBA 제공
이현중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FIBA 제공

대표팀은 안준호 감독 체제에서 주축 대다수를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하는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본 대회에서 이현중-여준석-이정현-유기상 등 '황금세대'가 경쟁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대회 전 안준호 감독의 다짐대로 전설이 될 준비를 마쳤다.

유기상은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초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정신력으로 이겨낸 것 같아 기분 좋다. 본선은 지면 끝인 만큼 더욱 집중력을 갖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선수단의 신뢰가 쌓이다 보니 즐겁게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절대 만족하지 않고 12강전, 8강전, 목표인 우승까지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A조 2위인 한국은 12일 B조 3위 괌과 8강 진출 결정전을 치른다. 승자는 14일 C조 1위 중국과 8강에서 격돌한다.

 

신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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