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이 8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경제성장률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말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는 약속을 받았을 뿐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지는 않았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셈법이 다소 복잡해졌다. 당초 정부가 이달 발표할 경제성장률은 1.0%대로 점쳐졌지만 반도체 품목 관세 100%가 적용되면 해당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0%대가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 전쟁이 맞물린 데다 결정적으로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부 0.2%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존 1.7%에서 1.0%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은행도 1.5%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주요 증권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부 발표보다 낮은 수치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외국 투자은행들은 연초부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미만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0.6%로 올라섰고 지난달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한미 관세협정 타결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실제로 JP모건은 지난 5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5%로 하향 조정했다가 지난달에는 0.7%로 상향했으며 씨티도 연초 0.6% 전망에서 지난달 0.9%로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새 정부 경제성장률 발표도 1%를 넘길 것이 유력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식 관세 협상이 다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관세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 약속을 받아낸 만큼 트럼프의 반도체 100% 관세를 적용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동안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와 관련해 수시로 말을 바꿨기 때문에 최혜국 대우 약속이 어떻게 이행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면 100%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어 관세 유예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3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6년 가동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을 계획 중이다. 이 경우에도 두 회사의 모든 반도체에 대해 관세가 유예되는지 아니면 미국 내 생산하는 반도체에만 적용되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다시 미국발 관세라는 장애물을 만나면서 정부 입장에서도 시장 상황을 정확히 전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한 언론이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한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