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은 변액보험 적용 구상 단계
해외선 이미 보험료 납부·지급에 스테이블코인 활용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에 본격 나서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보험료 납부와 보험금 지급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어, 국내 보험업계도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삼성화재는 한국디지털에셋(KODA)과 최대 2000만달러(약 276억원) 규모의 가상자산 전용 보험 계약을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 이 보험은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이나 시스템 오류 등의 위험을 보장한다.
한화생명은 디지털혁신실과 블록체인TF 주도로 디지털자산 기반 서비스 기획과 내부 PoC(개념증명)를 진행하며, 스테이블코인 결제 연계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교보생명은 미래금융전략팀이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 대응과 투자 가능성 분석에 집중하며 외부 컨설팅을 활용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 디지털 전환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워 보험·자산운용 프로세스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IT기획부와 디지털금융팀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 인슈어테크 협력 사례를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농협손해보험은 디지털금융부가 농협금융지주 차원의 디지털자산 전략과 연계해 그룹 공동TF에 참여하며, AI·빅데이터 등 신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디지털전략본부 중심으로 가상자산과 스테이킹 관련 리스크 관리와 정책 연구에 초점을 두며, 상품 출시보다는 위험 평가·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신사업개발팀을 중심으로 디지털결제와 토큰화 자산 등 미래 솔루션을 검토하는 초기 단계다.
국내 보험업계가 서두르는 이유는 해외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보험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비자는 2023년부터 월드페이, 누베이 등 대형 결제 처리업체들과 함께 USDC(USD코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정산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월드페이는 지난 5월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전문 스타트업 비브엔케이(BVNK)와 협력해 미국과 유럽 고객들을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 지급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월드페이 고객들은 180여 개국에서 거의 즉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존 맥노트 월드페이 지급 담당 책임자는 "고객들이 지급 간소화와 환율 변동 대응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마켓플레이스, 여행, 게임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자산을 직접 다루지 않고도 원활한 지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미국 규제 정비로 탄력···처리 시간 45일에서 10분내로 단축
미국은 지난달 지니어스법과 클래러티법을 통과시키면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명확히 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이나 단기 국채 등 저위험 자산으로 뒷받침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정의하고, 연방준비제도(Fed)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감독 하에 두도록 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안심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핀테크 기업 인피닛블록 정구태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을 사용한 보험 계약 자동화는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며 "여기에 스테이블코인과 스마트컨트랙트가 결합되면 보험금 지급 조건 충족 시 즉시 자동 정산이 가능해져 처리 시간을 기존 15~45일에서 몇분 안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전 세계 보험 시장의 18%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거나 도입 중이며 2027년까지 3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보험 가격은 은행 예금보험에 적용되는 표준 옵션 가격 책정 방법을 사용해 추정할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의 보험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어 관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추진 중이며,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가상자산 투자 리스크 관리 지침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이광호 중앙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과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결합되면 보험업계의 신뢰성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해외 사례를 보면 이미 현실화된 기술이므로 국내 보험사들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