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늘리고 해외생산기지 세우고..주류업계 발빠른 움직임
|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국내 주류 소비가 인구 감소와 젊은 층의 음주 문화 변화 등으로 위축되자 업계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출 확대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며 ‘제2의 성장축’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주류 소비량은 2016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류 및 담배’ 부문 소비지출 증감률 역시 2022년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3년부터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2022년 연간 기준 +5.7%에서 2023년엔 -1.5%로 돌아서더니, 연말엔 -2.9%까지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엔 -3.8%로 낙폭이 확대되며 내수 기반 위축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반면 해외에서 K소주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수출액은 최초로 2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3.9% 증가한 수치로, 일반소주와 과일소주를 합한 전체 금액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내수에만 기대기보다는 수출 확대와 현지화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해외 매출 비중을 지난해 37%에서 오는 2028년까지 4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국내 주류 매출은 18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9억 원으로 8.2% 줄었다. 반면, 수출은 미국·유럽 지역에서 ‘순하리’ 등 소주 제품을 중심으로 5.9% 증가하며 선방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수출 제품인 과일소주 수출액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연평균 20%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 실적을 이끈 것도 해외사업이었다. 롯데칠성의 2분기 해외사업 매출은 4434억 원, 영업이익은 35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2%, 70.0% 증가했다. 자사 맥주 브랜드 ‘크러시’는 몽골에 진출한 데 이어 향후 이탈리아·네덜란드·프랑스·영국·미국 등으로 수출국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자체 개발한 첫 소주 브랜드 ‘건배짠’을 이르면 이달 중 또는 다음 달 초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첫 타깃은 말레이시아·대만·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으로, 현지 반응을 바탕으로 수출국을 순차 확대할 방침이다. 제품은 지난해 신세계엘앤비에서 인수한 제주소주의 생산공장인 제주공장에서 생산된다. 오비맥주는 소주 인기에 힘입어 ‘건배짠’을 자사 대표 맥주 브랜드 ‘카스’와 함께 글로벌 주류 포트폴리오로 육성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수출 통합 브랜드 ‘진로’로 현재 86개국에 진출해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연간 해외 소주 매출 5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베트남 공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유통 허브 역할을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해외 성과가 곧 기업 체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며 “북미,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K-주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수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