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0년간 1조원 투자 '결실'...'유니버스' 수출로 글로벌 진출 초석 마련 
정 부회장 "지금까지 쌓은 디지털 혁신...향후 10년 도약 기반될 것"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 전경. / 현대카드 제공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 전경. / 현대카드 제공

카드업계가 '종합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자사 플랫폼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권 공세 속에서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자체 콘텐츠의 개발을 통한 플랫폼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편집자 註]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현대카드가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인 '유니버스'의 수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테크기업'으로의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디지털 전환을 위해 무려 1조원을 투자한 정태영 부회장의 뚝심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지난해 이른바 '테크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일본 최대 카드사에 유니버스를 수출을 한 데 이어 북미·유럽·중동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나아가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 2022년 애플페이를 전격 도입한 데 이어 국내 글로벌 스탠다드 간편결제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 유니버스 일본 수출로 글로벌 플랫폼 초석 '신호탄'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카드의 목표는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선언했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현대카드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유니버스(UNIVERSE)'가 있다. 유니버스는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Tag)' 시스템과 수많은 AI를 통해 고객의 행동·성향·상태를 예측해 직접 타깃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돕는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특히 유니버스는 금융사뿐만 아니라 고객을 분석하는 모든 업종에 적용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사이언스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려는 기업이라면 업종에 상관없이 맞춤형으로 구축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일본 3대 신용카드사 SMCC(Sumitomo Mitui Card Company)에 유니버스 수출에 성공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SMCC는 유니버스를 구매하기까지 6개월의 검증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버스 수출에 힘입어 일본의 대표 신용평가사인 JCR(Japan Credit Rating Agency)는 지난해 12월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A+ Positive(긍정적)에서 AA- Stable(안정적)로 상향했다. 

JCR은 현대카드가 보유한 강력한 시장 지위와 높은 경쟁력 역시 신용등급 상향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JCR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의 신용도는 AA-로 보고 있으며, 그룹과의 높은 사업 연계성과 경영적 중요도를 확보한 현대카드의 신용등급 또한 현대차와 동등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현대카드에 따르면, 지난 6월에는 글로벌 카드사인 비자 임원들과 외국은행 CEO 23명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자리에서 정태영 부회장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자사의 역량을 어필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창사 이래 거물급 대규모 방문단은 처음으로 성실히 K크레딧을 알렸다"면서, "장차 현대카드 해외진출의 초석을 쌓는 일이다"고 언급했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 본사에 방문한 비자 임원들과 외국은행 CEO들 앞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정태영 부회장 SNS 캡쳐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 본사에 방문한 비자 임원들과 외국은행 CEO들 앞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정태영 부회장 SNS 캡쳐

◆ 10년 간 1조원 투자...정태영 부회장의 향후 10년 구상

이 같은 유니버스의 탄생에는 지난 10년동안 1조원의 투자라는 현대카드의 뚝심이 자리하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 2015년 당시 경영 키워드로 '디지털 현대카드'를 제시하는 등 발빠른 체질 개선을 선언하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전략기획본부 소속 디지털기획실을 본부고 격상하는 등 당시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에 투자한 금액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결과 현대카드는 직원 4분의 1이 디지털 관련 인력으로 채워지는 등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향후 10년 안에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이를 해외 카드 및 결제 사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국내 PLCC 데이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AI 플랫폼을 상용화하겠다는 비전 아래, 일본뿐 아니라 북미·유럽·중동의 문을 두드린다는 전략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완성'이란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며, "마케팅·금융·디지털 영역에서 이뤄낸 디지털 혁신은 앞으로의 도약을 위한 강력한 기반으로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10년간 균형과 정교한 경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통해 국내 결제시장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했다. /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통해 국내 결제시장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했다. / 현대카드 제공

◆ '애플페이' 들여온 현대카드...국내 결제 시스템에도 '글로벌 스탠다드' 제시

현대카드가 대외적으로 글로벌 진출의 초석을 마련한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애플페이를 도입함으로써 국내 결제 시장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했다.  

국내 결제시장이 기존의 MST 방식이나 QR 등 기존 결제 방식에 안주하는 경로의존성을 보인 것과 달리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통해 호주·영국·싱가포르·홍콩·캐나다 등 주요국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EMV 컨택리스(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비접촉 결제 서비스)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EMV 컨택리스는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등 글로벌 신용카드사의 연합체인 EMVCo에서 개발된 비접촉식 결제 국제 표준 규격 기술로 근거리 무선 통신(NFC)을 활용한다. 이 방식은 국제 규격으로 해외에서도 통용될 뿐만 아니라 결제반응 속도·보안성·편의성 측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2023년 이후 자사가 발급하는 모든 카드에 EMV 컨택리스 기능을 실었다. 국제 표준 도입에 따른 내·외국인 편의성과 글로벌 표준 생태계 편입을 염두해 둔 것이라는 게 현대카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국제 표준 방식 도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별도의 절차 없이 자국에서 쓰던 방식 그대로 결제할 수 있어 관광 및 비즈니스 수요 확대는 물론 국내 내수 경제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확산될 것으로 현대카드는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국제 표준인 EMV 컨택리스 도입을 위한 현대카드의 노력은 한 기업의 이익을 넘어 대한민국 페이먼트 지형 변화 및 결제 서비스 산업의 성장까지 고려한 시장 선도자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고 평가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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